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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OECD가입과 금융시장 개방" 김세원외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부는 지난 3월말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어떤 외국신문에는 한국이 가입에 시큰둥하다 보니 이미가입해 있는 회원국들도 별로 열렬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다. 도대체 OECD가 무엇인가.흔히「선진국 클럽」이라고도불리는 이 기구와 우리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모든 클럽이 다 그렇듯이 일단 가입하면 회원으로서의 특혜(소위 membersonly)를 누리는 동시에 규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겨난다.더구나 OECD에 가입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격없이 겉치레로 가입했다가 혜택은 커녕 그 흔한 파티 한번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회비만 낼 가능성이 있다.1대1로 맞부닥칠 각오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거리가 된다.우왕좌왕하지 않고 딱부러지는 준비를 하자면 우선 이「괴물」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이해부터 하고 봐야 한다.
『OECD 가입과 금융시장개방』은 OECD란 클럽이 생겨난 배경부터 시작,주로 금융 및 자본시장에 관련된 주요 자유화 항목들을 대상으로 규약의 내용을 분석하고 국내 관련산업의 자유화정도,문제점,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및 금융서비스업(3장).보험(4장).해외직접투자(5장).증권업(6장).단기금융시장(7장),그리고 파생금융상품(8장)등으로 나누어비교적 골고루 살폈다.
원래 공저자(共著者)들이 관심사별로 세미나에서 발표한 결과를정리한 것이라 내용중 부분적으로 중복이 있고,깊이나 폭에 있어통일된 감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주제가 주제인 만큼 내용도 딱딱하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부처나 소수의 전문가들간에 논의되면서 단편적으로,그것도 지극히 원론적인 문제 제기 수준에서 언론에 취급되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런 약점을 보충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가령 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6장(증권거래의 자유화)을 읽으면 외국환관리규정상의 문제라든가,비거주자에 의한 국내에서의 매매거래등은 생소한 내용들일 수 있다.또 단기금융시장과 선물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증권.보험등 부문별 업무한계가 모호해져 금융서비스업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내가 일하고 있는 부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문제점을 이해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이 돋보인다 하겠다.
다만 한 두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이 책의 제목이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항목들 즉 자본이동 자유화 항목중 부동산거래,경상무역외거래 자유화 항목중 기타항목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이미 가입한 회원국들중 부문별로 비교적 유보가 많은그리스.포르투갈.멕시코등과 국내 실정을 비교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시사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가장 최근 가입한 멕시코의 가입 전후를 하나의 이야기로 꾸미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전체적으로 그동안「OECD」가 언젠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거리로 메모만 해둔 채 오늘에 이르렀다면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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