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3일 “간첩·보안사범 수사를 강화해 안보 수사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로 피의자 인권보호 등에서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성호 국정원장, 대통령 업무보고
김 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덜 강조됐던 대공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대공 수사가 활발해지고 국가보안법 위반자에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26~28일 열린 제5차 남북청년학생단체 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42명 가운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의 구성원과 국가보안법 관련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 등 8명에 대해 방북을 불허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이어 “국익 증대 분야에 정보 역량을 집중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 지원도 하겠다”며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기술 보호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새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 방지는 물론 해외 근로자 안전대책에도 만전을 기하고 마약·위폐 등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한 역량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쇄신에 대해선 “경쟁과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며 “업무 성과가 부진한 직원에 대해서는 재교육을 시키고 개선이 미흡할 때는 퇴출시키는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 원장은 “분야별 전문정보관을 양성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겠다”며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원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 국정원 전 직원이 선서한 ‘정치중립 선언문’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선언문에는 과거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릇된 관행을 고쳐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 역사에서 많은 외도를 한 데 대해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제 국익에 전념하는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 정부의 국정 목표 실현에 헌신해 달라”고 말했다. 또 “새 정부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하고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어야 하고 국정원이 이런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이 시대 변화에 실용주의로 무장해서 안보와 국익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업무 보고는 지난달 4일로 예정됐으나 4·9 총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기한 것”이라며 “조직 특성상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