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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案 가결' 野 텃밭서도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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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도 맥을 못췄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DJ(김대중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윤철상 의원도,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공천 개혁의 상징이라던 33세의 여성 신인도 소용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불어닥친 역풍 앞에 야당 후보들은 추풍낙엽이었다.

탄핵안 가결 전과 후로 나눠 전국의 20개 관심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열린우리당은 후보와 정당 모두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었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을 떠받친 요소는 두 가지로 분석됐다. 무응답층의 열린우리당 지지와 야당 고정 지지층의 붕괴였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무응답층의 감소다. 20개 지역의 평균 무응답 비율은 탄핵안 가결 전 50.3%에서 가결 후 44.9%로 5.4%포인트 줄었다. 또 한나라당 후보의 평균지지율은 2.4%포인트가, 민주당 후보의 평균지지율은 3%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렇게 무응답층과 야당 지지층에서 빠져나온 비율만큼 열린우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열린우리당 후보의 20개 지역 평균 지지율 상승은 14.6%포인트에 달했다. 남은 선거기간 중의 판세는 아직도 남아 있는 40여%의 무응답층이 어디로 옮겨갈지, 야당 지지층이 재결집할지에 달렸다.

◇민주당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이번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붕괴 현상은 뚜렷했다. 20곳 중 민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곳은 단 한 지역구도 없었다. 탄핵안 가결 전만 해도 설훈(서울 도봉을)의원은 공동 1위였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후 薛의원의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해 열린우리당 유인태.한나라당 백영기 후보에 이은 3위로 내려앉았다. 유용태(서울 동작을)원내대표도 9%에서 4%로 무려 5%포인트 하락해 3위가 됐다. 조사 대상 전 지역구에서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 후보의 개인 지지율은 예외 없이 한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의 추락은 별도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탄핵안 가결 이전 7.4%에서 탄핵안 가결 후 4%로 줄어 군소정당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나라당 지지도는 18%에서 17%로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21%에서 40%로 배 가까이 올랐다.

◇야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한나라당 영남 후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탄핵안 가결 전 영남권의 조사 대상 지역구 8곳 중 한나라당은 남해-하동과 울산 북 두 곳을 제외한 여섯 곳에서 1위였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후 우세지역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대신 열린우리당 후보가 7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울산 북에 출마하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는 탄핵안 가결 전과 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지켰다.

부산 북-강서갑의 정형근 의원은 25%에서 17%로 지지율이 하락해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에게 11%포인트나 뒤졌다.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안 소추위원인 김기춘 의원도 정치 신인인 열린우리당 장상훈 후보에게 10%포인트나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 8개 지역구의 정당 평균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은 26%에서 19%로 하락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16%에서 34%로 급상승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조사 대상 지역구 중 유일한 호남인 전북 정읍에서 민주당 윤철상 의원은 21%이던 지지율이 8%로 떨어진 반면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원의 지지율은 21%에서 47%로 크게 올랐다.

◇정당지지율에 못 미치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조사 대상 전 지역에서 초강세였다. 이강철 후보가 출마한 대구 동갑(29%)를 제외하고는 정당 지지율이 모두 30%를 넘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후보 개인의 지지율은 대부분 정당 지지율을 밑돌았다.

수도권에서 이계안(동작을).김진표(수원 영통)후보 지역의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각각 46%였다. 반면 후보 개인의 지지율은 34%와 33%로 정당 지지율보다 10% 이상 낮았다. 허인회(동대문을)후보의 경우 정당 지지율은 39%였지만 후보 개인의 지지율은 31%에 그쳤고, 유인태(도봉을)후보도 정당 지지율은 37%였지만 후보 지지율은 29%에 불과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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