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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오바마 “한번 웃어 보자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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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위기 돌파를 위해 유머 감각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AP 통신 등 외신은 오바마가 1일(현지시간) 녹화된 CBS의 심야 프로그램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 출연해 ‘오바마에 관한 깜짝 놀랄 만한 10가지 사실’을 공개했다고 2일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명 인사들이 출연해 자신과 관련된 엉뚱한 10가지 리스트를 밝히는 인기 코너가 있다. 오바마는 올 1월에도 ‘레이트 쇼’에 나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부통령에 오프라 윈프리를 임명하겠다”는 등 황당한 선거 공약 10가지를 공개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었다. <표 참조>

2일 밤에 방송될 새 리스트엔 한층 진화된 오바마의 유머 감각이 빛난다. 특히 리스트 항목 중엔 스스로를 희화화하거나 대중과 눈높이를 맞춘 것이 많아 ‘오바마=엘리트주의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오늘(1일) 볼링 경기에서 39점이나 기록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3월 말, 저소득층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볼링장을 찾았다가 형편 없는 점수(300점 만점에 37점)로 망신살이 뻗쳤던 것을 상기시키며 실력이 나아졌다고 자찬한 것이다. 수퍼 화요일(2월 5일)에 실시된 일리노이주 경선에서 “실수로 데니스 쿠치니치(오하이오주) 하원의원을 찍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쿠치니치는 1월 말에 이미 중도 사퇴를 선언했는데, 이를 몰랐다고 익살을 떤 것이다. 수퍼 대의원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것에 빗대 “유명 경마대회 ‘켄터키 더비’의 우승 후보인 명마 ‘존 대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실소를 자아낸다.

평범한 여성 유권자들과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개봉일에 잡혀 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거나, “대통령이 된 뒤 첫 번째 할 일은 ‘더 힐즈’(MTV의 인기 리얼리티쇼)에 나오는 로렌과 하이디 사이의 싸움을 멈추는 것”이라는 내용도 넣었다.

가장 놀라우면서도 믿기 힘든 1위 항목은 “(대선 경선이 본격화된) 10월 이후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담임목사였던 제레미아 라이트의 과격 발언 등으로 인해 오바마의 최근 지지율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공개된 CNN의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를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는 응답은 46%를 기록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45%)을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오차범위가 4.5%포인트인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동률을 기록한 셈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CNN의 여론조사 담당자인 키팅 홀랜드는 “3월 조사에 비해 오바마 쪽 지지율이 6%포인트 하락한 반면 힐러리의 지지율은 변함이 없다. 6%에 속하는 응답자들이 이젠 두 후보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하게 계속되는 민주당 경선에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를 지지하다가 이날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조 앤드루 전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장기전으로 치닫는 경선이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 오바마를 중심으로 단결해 분열을 극복하자고 수퍼 대의원들을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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