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공차기는 어떻게 축구로 진화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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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축구의 역사
빌 머레이 지음, 이정환 옮김,
일신사,
416쪽, 1만3000원

2004년 7월15일 베이징에서 국제축구박람회가 열렸다. 개막식에 참석한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축구의 발상지는 중국”이라며 인증서까지 만들어줬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관련 문헌에서 ‘추쥐’((蹴鞠·공을 차다)라는 기록을 찾아냈다는 중국 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고대 그리스의 공을 차고 던지는 놀이인 ‘에피스쿠로스’(episkuros)‘, 또는 ‘하르파스톤’(harpaston)’이 축구의 기원으로 통용됐다.

축구의 기원과 달리 축구의 종주국이 영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빌 머레이(호주 라트로브대학 역사학 교수)도 인류의 보편적 놀이였던 ‘공차기’가 1800년대 영국에서 스포츠 종목으로 체계화 되는 과정부터 들려준다. 이어 ‘아주 영국적으로’(1장)로 시작된 축구가 어떻게 ‘전세계로’(2장) 확산됐는지 설명한다.

축구의 정치·경제·사회적 측면도 분석된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축구대회를 위시한 ‘20세기의 축구 붐’(3장)은 어떻게 조성됐는지, 축구가 ‘독재자의 시대’(4장)에 어떤 식으로 활용됐는지 보여준다. ‘새로운 실력자들’이 등장하는 ‘1950년대 축구’(5장)부터 ‘작아지는 세계, 커지는 시장’(7장)까지 축구가 ‘머니게임’이 돼가는 과정도 이야기한다.

1863년 영국 사립학교 졸업생들은 돈에 오염되지 않는 아마추어 정신을 담아내려고 ‘비신사적 행위(ungentleman-like behaviour)’라는 반칙까지 만들었다. 반면 현대축구는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또 훌리건의 등장으로 새로운 폭력의 매개체가 됐다. 저자는 ‘새로운 얼굴들, 낡은 문제들’(8장)에서 이런 문제들을 제기한다.

저자는 ▶북한과 일본의 1960년대 세계무대 활약상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 차범근 ▶한국과 일본의 프로축구 출범과정 등 그간 세계축구사에서 소외됐던 아시아 쪽에도 관심을 돌렸지만 내용은 빈약한 편이다. 저자는 부록의 ‘더 읽을거리’에서 “아시아축구에 관해 쓴 글은 거의 없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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