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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견>지금은 가로쓰기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다가올 21세기는 컴퓨터와 원격 통신기술이 융합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음성.화상.문자 정보는 물론 냄새까지도 멀티 미디어를통해 상호 교환되는 정보사회다.멀티 미디어의 출현이 기존 매체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특히 신문은 매체의 강점인 정보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정보 유통의 쌍방성과 정보 전달의 實시간성(real time)을 추가함으로써 그 생존 의의와 능력을 키우고 있다.과감한 증면과 섹션화,그리고 전문기자의 활용과 함께 디지털화 를 통한 전자신문과 다양한수용자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신문을 제작하려는 노력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문의 생존전략 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으로 가로짜기 편집을 빼놓을 수 없다.현재 중앙 일간지의 총발행면수에서 전면을 가로짜기로 하는 것은 38%이고여기에 부분 가로짜기를 합치면 57%에 이른다.
그런데 스포츠.연예.오락물과 같이 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지면은 가로짜기로,정치.경제.사회면 등 중년 이상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지면은 세로짜기로 지면편집을 하는 것이 흥미롭다.
세로짜기 신문이 귄위있는 신문임을 과시하듯 신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面등 중요 지면을 모두 세로짜기로 고수하고 있는것은 각급 학교의 교과서는 물론 잡지.서적.공문서 등이 모두 가로짜기로 전환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가로 로 짠 신문은세로로 짠 신문에 비해 가독성(可讀性).독이성(讀易性)에서 우세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시각적 안정감과 친근감을 주게 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로짜기가 세로짜기에 비해 19.5%빠르게 읽히고 오독률(誤讀率)도 4.3% 대7.2%로 가로 글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가로짜기에 대한 선호는 한글세대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우리나라 인구 4천3백만명 가운데 신문 독자층이라 볼 수 있는 15~64세 인구가 전체인구의 69%인 3천만명에 달하고 그 중 한글세대라 볼 수 있는 15~45세 인구가 신문가독층의 84%인 2천5백30만명에 이른다.한글세대를 포함해 일반 독자층 의 60.5%가 가로짜기가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가로짜기와 세로짜기에 대한 선호도가 31%대 12%로 가로짜기 선호도가 거의 세배로 나타났다.
지난 몇년간 계속된 지면의 증가 및 가로짜기 확대에도 불구하고독자들은 가로짜기가삐 더욱 확대될 것을 요구하는 실정이다.한편현직 기자의 64%가 전면 가로짜기를 주장하고 24%가 가로짜기의 확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기 쉽고 안정감이 있어 독자, 특히 한글세대에 어필해 독자와 기자가 모두 바라는 가로짜기 편집이 그 전환속도와 폭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조사에 의하면신문사의 보수적 풍토와 제작 관행이 46%,기성 세대의 고정관념과 구독습관이 22%로 가로짜기 전환을 막는 가장 중요한 저해 요인으로 나타났다.
날로 다양화.세분화.전문화돼가는 독자의 정보취향을 만족시키려면 신문내용의 질적 향상 못지 않게 독자가 지면에 담긴 정보를좀더 편안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편집의 변화도 절실히 요구된다.
가로짜기는 기사의 제목.사진.도표와 같은 신문의 구성요소들이제한된 지면 공간 속에서 안정되게 짜여지게 하는 우월한 편집방법이다.지금이 한국 신문이 부분 가로짜기와 가로-세로 병용체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전면 가로짜기로 전환할 시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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