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이렇게생각한다>지방화시대 변화모습-이시종 충주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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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무부에서 근무하다 5년만에 다시 고향의 시장으로 돌아왔다.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속에 탄생한 민선단체장중 한사람으로 어깨가 무겁다.
취임 이후 3개월간은 눈코 뜰 새없이 바쁜 나날이었다.업무파악하랴,38개 읍.면.동을 순시하랴,지역현안 사업 해결을 위해서울을 왔다갔다하랴,입술까지 부르틀 정도였다.
89년1월부터 만2년간 임명직 충주시장을 해 보았지만 지금이오히려 그때보다 더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한마디로 민선시장은 「되기도 어렵지만 되고 나서가 더 힘들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임명직 시절에는 주민보다는 도나 내무부등 주로 상급기관 위주의 행정을 펴는 것이 상례였으나 민선시대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지금의 민선시대에는 주민들의 생각과 시장에 대한 기대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시민을 「상전」으로 모시는,그야말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특히 다양한 주민의 욕구를 채워줘야 하는 동시에 소수의 욕구도 같이 채워줘야 하는 「행정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다 보니 임명직 시절과는 달리 고통 또한 많이 뒤따른다.
지난 3개월을 뒤돌아보면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충주댐 하류지역 주민들이 막대한 수해를 입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
시민들의 기대는 종전에 비해 컸지만 막상 해낼 수 있는 것이거의 없어 안타까웠다.하지만 보람있는 일도 많았 다.충주~서울간 중부내륙도로의 조기착공을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녀 어느 정도결실을 거뒀을 때와 충주시청 소속 이광진선수가 캐나다오픈 국제배드민턴대회 개인단식부문에서 우승하고 돌아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입술이 부르튼 게 안쓰럽다며 한 시민이 직접 수확한 사과를 들고와 먹어보라고 권했을 땐 쌓였던 피로가 싹 가셨다.
이제 단체장과 의원이 모두 시민의 손으로 뽑혔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꽃피울 기본여건은 갖추어졌다.자치단체.지방의회 그리고 시민이 힘을 합친다면 살기좋은 내고장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아직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도 많다.재정자립도가 낮고 시장의 권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숙원사업등 다양한 욕구가 금방 해결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약 력□ ▲충주 출신(48)▲청주고.서울대정치학과▲행정고시10회▲충북도법무담당관▲대통령비서실행정관▲충주시장▲내무부지방자치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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