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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보러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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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축제의 계절이다. 한 달 내내 문경(3~12일), 여주(7~25일), 이천(10일~6월 1일) 등 ‘명가’의 축제가 이어진다.

여주·이천이야 군말이 필요 없을 만큼 성공한 축제. 재미있는 것은 문경이다. 문경 찻사발 축제는 여주·이천 축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연륜도 짧다. 올해 ‘겨우’ 10년째다. 각각 22회, 20회째인 이천·여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그래서 문경 사람들은 “양보다 질을 보라”고 강조한다. 문경 자기의 특징은 ‘전통’이다. 전기·가스 가마 등 현대화된 설비를 갖춘 여주·이천에 비해 문경엔 아직도 발물레, 장작 가마를 고집하는 곳이 많다. 지역 내 27곳의 가마 중 23곳이 장작 가마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망댕이 가마도 남아 있다. 망댕이는 내화성이 강한 진흙을 20~25㎝ 크기의 길쭉한 팽이 모양으로 빚은 흙뭉치를 말한다. 망댕이 가마는 이런 망댕이를 촘촘히 박아 반구형의 칸을 쌓고 다시 진흙으로 내·외벽을 바른 가마다. 문경 도예인들은 이런 망댕이 가마에 적송 장작으로 불을 때 도자기를 빚는다. 타 지역에 비해 명장이 많은 것도 자랑거리. 국내 유일의 전통 도자기 분야 중요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선생 등 전국의 도예 명장 7명 중 4명이 문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3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올해 축제도 문경의 이런 ‘개성’을 강조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도예 명장 7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도예 명장전, 18개국 2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교류전 등이 열린다.

체험 행사도 풍성하다. 흙 고르기(굉물), 초벌구이 한 기물에 그림 그리기, 전통 가마 불 지피기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대형 찻사발을 이용한 말차(가루차) 시음, 복찻잔 뽑기 다트, 깜짝 다기 경매 등의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www.sabal21.com, 054-550-6393.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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