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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글로벌 청년 리더’는 짜깁기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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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없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분야별 인원을 거꾸로 꿰맞춘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 주재로 경제5단체 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외교통상부·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한 산·학·관 협의회에서 확정했다.

◇“숫자 맞추기에만 주력”=대통령직 인수위는 1월 중순 이 대통령 공약 실천 방안으로 해외 취업자는 5만 명, 해외 인턴은 3만 명, 해외 봉사자는 2만 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이날 내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현재 연간 2500명(정부 지원 1500명) 수준인 해외 취업자를 앞으로 5년간 5만 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부 문기섭 청년고용대책과장은 “외국 기업이나 국내 업체의 현지법인 또는 해외지사에 취업시킬 예정”이라며 “해외 취업을 위한 국내외 기업과의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숫자만 맞췄다는 의미다. 해외 인턴이나 해외 봉사자에게는 항공료와 교육비 등을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확보 방안은 빠져 있다. 신영철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이 사업은 일반회계로 추진된다”며 “예산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없어 폐지된 4년제 대학생 해외 인턴제도 되살렸다. 노동부가 주관했던 이 제도는 인턴을 마친 학생들이 제대로 취업을 못해 지난해 폐지됐다. 정부는 4년제 대학생 해외 인턴제의 주관 부처를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꿔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노동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목표치를 정해 놓고 얽매이면 오히려 정책이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둘러 만든 정책=이날 발표한 계획은 2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과 경제 5단체장, 대교협 회장 등이 참석해 ‘글로벌 리더 양성 협약식’을 체결한 지 27일 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경제 5단체장, 대교협 등이 참여한 실무회의는 세 차례뿐이었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 “아무리 산·학·연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시장논리에 따라 취업이 결정될 텐데, 계획을 실천하려면 각 부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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