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학교 없는 국제도시’ 될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초·중·고교 설립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당장 내년 초부터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지만 학교 건립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과 개발업체가 서로 비용 문제를 놓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학교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가고 있다.

◇학교 없는 경제자유구역=송도에는 내년 초 16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퍼스트 월드) 완공을 시발로 2010년 초까지 7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2010년부터는 초등학교 6곳, 중학교 3곳, 고교 4곳 등 13곳의 공립학교가 문을 열어야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학교 건립에 따르는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 3월엔 학교 공사에 들어가야 했는데도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립학교 설립 주체인 인천시교육청은 “예산이 없다”며 학교 설립 비용을 개발사업체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등 개발업체들은 “국가의 의무를 민간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다툼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데도 중앙정부 등 당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팔짱만 끼고 있다.

지난해 송도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송모(48)씨는 “자녀들의 교육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반 신도시보다 못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초등학교의 경우 일단 기존 3개 초등학교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송도 입주 예정자들은 “초등학교는 과밀 학급에 시달리고, 중·고교는 인천 시내로 통학해야 한다면 무슨 첨단 도시냐”는 반응이다.

◇지침도 왔다 갔다=경제자유구역의 학교 설립 문제는 지난해 3월 인천시교육청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아파트를 개발할 때는 학교 설치를 조건에 포함시켜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으로 한꺼번에 학교 건립 수요가 몰려 연간 1000여억원의 학교시설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02년 인천시와 NSIC가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계약을 할 때 ‘개발사업자가 2개의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공립학교는 시교육청이 맡기로 한다’는 합의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반발한 인천시의 질의에 대해 당시 건교부는 지난해 5월 “개발 허가 때 학교 설치 조건을 내거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회신했다. 이런 회신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교육청은 개발 협의를 해 주지 않아 분양이 늦춰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 주상복합아파트 ‘센트럴파크’를 분양하려 했던 NSIC는 교육청의 협의를 받지 못해 9월까지 분양을 미룬 끝에 ‘준공검사 이전까지 학교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는 애매한 조건으로 간신히 분양 허가를 받았다.

◇평행선 입장=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에게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의무교육 조항 등과도 충돌한다”며 “이는 결국 주택분양가 상승, 기업활동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SIC 관계자도 “국제 계약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송도개발 사업에 공립학교 설립을 부담 지우는 것은 국가 위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 측은 “송도국제도시의 학교 건립비만 해도 8000억원이 넘어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역부족”이라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 학교 수요를 발생시킨 개발사업자가 학교 신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기환 기자

[J-Hot 사회] 연륙교 놓이니 관광객 한 해 10만 → 98만명

[J-Hot 사회] 은갈치는 가라! 남성 '수트' 잘 입는 법

[J-Hot 사회] "국민 자존심 손실"… 중국인 폭력 시위자 검거 나섰다

[J-Hot 사회]'고속도로 의문사' 복용약물 확인 주력

[J-Hot 사회] 늦둥이 재테크? 둘째부터 국민연금 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