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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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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 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12보(119~130)=백△ 두 방을 연타하면서 형세는 순식간에 어지러워졌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인내심까지 보여주면서 100% 안전한 승리를 꿈꾸던 이세돌 9단의 진영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 장면에서 문득 “백이 좋은 것 아닙니까”라고 한 사람은 김성룡 9단.

우상 흑 집은 49집. 좌상(9집)과 좌하(14집)를 합쳐 72집. 백은 상변에 6집이 있고 덤 6집반이 있으니 좌변과 하변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모양에서 60집을 만들면 계가다. 한데 얼핏 세어봐도 60집은 충분하지 않은가. 이게 이세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집으로 밀리면 온갖 계략을 써야 하고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니까….

중앙도 변수다. 중앙이 누가 두터우냐에 따라 계산은 달라지고 전략도 달라진다.

이세돌 9단은 119로부터 ‘삭감’을 시작했다. 여기가 삭감의 한계선. 욕심이 나 ‘참고도’ 흑1로 한발 더 들어섰다가는 백2부터의 급공을 받고 그대로 무너진다. 박영훈 9단의 122는 역끝내기이자 일종의 승부수. 124까지 귀의 집을 절반으로 줄여버렸지만 그 대가로 중앙에선 화근이 하나 생겨났다. 흑A의 노림수가 그것이다(123으로 인해 흑B와 C가 모두 선수여서 이 노림수가 강력해졌다). 박영훈 9단도 등 뒤에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느낀 듯 128에서 한참을 머뭇거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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