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세제개혁 수정안이 주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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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당정(黨政)간에 합의한 세제개혁 수정안이 발표됐다.결론적으로당초안보다 내용이 진일보했다.정부가 금융소득 분리과세의 범위확대를 끝까지 반대한 것은 금융실명제의 점진적 정착의지를 고수한것이고 당이 1가구1주택의 비과세 기준에서 3 년 거주요건을 삭제하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부담경감을 관철한 것은 국민의 고통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다만 세제를 후퇴시키는 부가세 과세특례자의 범위확대와 간이과세제도의 도입문제를 재조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그런데 개운치 않은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선심적 정책처럼 내놓은 점이다.이번 당정합의는 전체적으로 보아 세제의합리화로 가닥을 잡은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정책대안은 세제를 크게 손질한 94년에 내놓았어야 옳다.목이 타야 우물을 파는 모습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게 된 것은 유감스런 것이다.
당정이 수정합의한 세제개혁안이 당초의 것보다 진일보한 것으로평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금융소득의 종합과세범위에 채권.양도성 예금(CD).기업어음(CP)의 이자소득을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CD의중간매매와 CP의 할인등은 제도금융권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면대부분이 얼굴없는 지하자금의 유통과 관련된다 .이를 분리과세한다면 검은 돈은 금융실명제를 금융차명제로 보게된다.중산층에게는금융실명제가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고 탈세.부정의 명수들에게는금융실명제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된다.이러한 병폐의 만연에 대한 제동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다.당초안대로 분리과세를 넓혔으면 그 결과는 금융실명제의 포기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둘째,소득세의 과세계급금액을 조정,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금액을6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한것 역시 바른 선택이다.그 금액 6천만원은 1인당 GNP 1천달러일 때 설정한 것인데,20년간 고정시켜 그 8천달러 시대에도 같은 금액 이었다.점차적으로 더 올려야 한다고 본다.
법인세 세율의 2%포인트 인하도 바른 선택이다.세계무역기구(WTO)시대를 맞으면서 기업에 주고 있는 조세감면은 필연적으로축소될 수밖에 없고,금융실명제를 착실하게 정착시켜 나가면 숨었던 세원이 점차 포착될 것이다.이는 기업의 세부 담 증가와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이번의 세율인하는 이를 상쇄하는 의미가있다.그러므로 법인세율 인하 등의 노력을 총선의 선심책이라고 매도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셋째,1가구1주택의 비과세 기준에서 3년 거주요건의 삭제는 특히 중산층의 고통을 덜어 주게 된다.현행은 3년 소유하면서 3년 거주하거나,거주하지 않았어도 5년 소유했으면 양도세가 비과세된다.그 3년 거주는 납세자가 입증해야 했다.
이사 한 후 주민등록을 늦게 옮긴 경우,배우자가 그 집에 함께 거주하지 않고 다른 곳에 별거한 경우 등에는 1가구1주택으로 3년 소유해도 과세받는 사례가 허다했다.특히 세법을 모르는많은 사람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고 있다.수정안처럼 1가구1주택의 비과세 기준을 소유기간만으로 판정하게 되면 납세자와의 조세마찰을 현저하게 줄이게 된다.그리고 1가구1주택의 양도에는 소유권 이전등기 전에 세무서에 미리 양도세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이 부 분 당의 주장은 적절했다. 이렇게 볼 때 시기는 적절하지 못할 수 있으나 당정간 수정합의는 정부와 당 모두 자기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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