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베이징 세계 여성회의 오늘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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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5일 폐막하는 제4차 베이징(北京) 유엔세계여성회의는 1백81개국 정부와 非정부간조직(NGO)대표 4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성(性)에 따른 차별과 억압이 없는 평등한 새 세계를 촉구한 「혁명」의 무대였다.
여성이 자신의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는 문제로부터 정치.경제정책결정과정에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여성이 안고있는 갖가지 억압의 실태와 해결방안들이 줄줄이 회의장에 쏟아져나왔다.
앞서 85년 나이로비회의를 비롯한 이전의 여성회의들은 냉전구도에 따른 정치색에 휘말려 정작 회의의 본질인 여성문제에 천착하지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반면 이번 베이징회의는 회의초반 중국정부의 지나친 보안.통제를 둘러싼 잡음을 제 외하면 참가국들이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쟁점 타결에 주력한 명실상부한 여성회의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10년전 나이로비회의가 남녀대립을 유발하는 극단적 구호로 일관했던데 비해 베이징회의는 남녀가 함께 평등.평화.발전을누리자는 화해로운 메시지를 담고있어 눈길을 끈다.또 2000년까지 여성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채택될 베이징회의 행동강령은 무조건적인 여성보호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잠재력을 계발할 동등한 기회부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걸음 발전된 면모를 보이고있다.
폐막일에 모습을 드러낼 베이징선언과 행동강령은 단지 선언적 의미에 그 치지않고 향후 유엔과 국제사회의 상호감시아래 각국의여성정책과 입법과정에 영향력을 발휘,여성지위향상의 촉매로 작용하게 된다.
한편 이번 베이징회의 행동강령은 기본적으로 94년 카이로인구개발회의,올해초 열렸던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등 앞서 개최된유엔회의 성과들을 집대성한 의의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여성의 「성권리」.이는 카이로인구개발회의에서 채택됐던 임신.출산관련 건강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이다.여성이 임신이나 출산과정에서 안전하고 질높은 의료서비스와 정보를 받을 수있어야 한다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부부간의 성생활.출산시기.자녀의 수등과 관련 강요나 폭력에 의하지않고 자유롭게 결정할 수있는 권리를 말한다.보수적 국가들의 반발로 「성권리」라는 용어 자체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개념 자체는 여성에게 보장된 인권의 하나로 확실히 명기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밖에 ▲여성에 대한 강간을 반인륜적인 전쟁범죄의 하나로 규정한 것▲성희롱.포르노.매춘등을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로 명시,각국 정부에 근절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도록 촉구한 것등은 손꼽을만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미있는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윤리.전통의 차이를 내세운 일부 국가들이 행동강령중 보건.인권등 분야에서 유보의 입장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여성회의의 정신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많은 개도국들이 이번 여성회의에서 인권.평등등 선진국의 관심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개도국의 전반적인 경제상황 개선 문제는 소외됐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기도 하다.행동강령 이행을 위한 재원확보 문제만 해도 국제적 차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문구는 삽입됐으나 구체적인 재원확보 경로가 명시되지않고각국 차원의 적절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있어 많은 반발을 사고있다.
[北京=申藝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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