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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작은 일 할 줄 아는 아이가 큰 일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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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자기 자식을 이렇게 가르친다 ①
- 주간 계획서를 쓰게 하라

대기업 회사 임원이나 간부급 사이에서 자식의 대학 진학은 암묵적인 ‘기 싸움’이 되곤 한다.고 3 아들이 어느 대학을 갔느냐가 그 부모의 명함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 교육도 저 정도인데 남의 자식은 오죽할까...‘
‘저 선생님이 자식이 셋인데, 모두 명문대 갔다네, 글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학교라면 일주일 안에 입소문이 난다.

교사 부모로서 후자가 되기 위해 바른 자녀교육을 실천에 옮겼던 한 선생님의 교육방법-주간 계획서를 쓰게 하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관심이 상향과 하향을 반복한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날이 관심도는 최고 정점을 이루고 그 이후 급속도로 하향곡선을 이루다 중학교 1학년 입학할 때 쯤 다시 상승세를 탄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들은 한결같이 요즘 자녀 교육의 몫은 더 이상 엄마(母)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아빠(父) 엄마(母) 공동 역할부분이며 관심과 열성 또한 대단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휴업일날 예고도 없이 학교에 들려 방과후에 교실 청소를 즐겁게 해주고 가는 젊은 아버지들의 모습은 이미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그러다 자녀가 2학년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소에 매일같이 떠들러봤던 알림장이며 숙제며, 학교 행사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온 가족의 행사였던 운동회가 돈을 주며 점심 사먹으라는 말로 바뀌게 되는 데 까지 몇 년 걸리지 않는다. 이는 학부모의 에너지가 입학식날처럼 늘 넘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아이에 대한 관심도 하향’은 아이의 학업 성적과 교육 과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부모의 기대는 아이의 학교 적응도에 비례한다.

자녀 교육에는 필수 조건인 부모의 관심과 더불어 꼭 필요한 교육의 요소가 있다. 그 것이 바로 ‘자기 주도력’이다. 부모가 자녀를 열심히 붙들고 가르치고 챙겨줄 때에는 아이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 혹은 달콤한 상을 얻기 위해 묵묵히 정해진 시간에 수동적으로 해야할 일을 하나씩 끝낸다. 이는 결국 ‘했다’라는 것이지 ‘하고 있다’가 아니다. 고3을 넘어 평생을 공부하고 탐구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겐 ‘했다’라는 ‘마침’의 의미보다는 ‘하고 있다’라는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으며 그래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서를 쓰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시적이 아닌 최소한 주간 단위로는 이루어져야 하며 주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자신과의 약속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 그럼 어떻게 쓸 것인가? 어렵지 않다.

ⓐ 계획서를 쓰게 할 만한 일을 기다려서 안내해라.
자녀가 최근 갖고 싶어하는 것이나 미래에 다가올 그 날에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오게 허락받고 싶어하는 일은 많다. 부모는 안된다는 말과 재정 상황의 열악함만을 반복하기도 미안하고 힘에 붙일 것이다. 이 때를 이용하면 좋다. 계획서를 통과하면 사주겠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다음 단계를 시작하면 때는 잘 맞춘 것이다.

ⓑ 계획서의 틀을 만드는 것부터 자녀에게 맡겨라.
학생들이 계획서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모가 직접 관여를 하고 그 이후에는 자녀가 직접 만들도록 해야 하며 초기에는 간단하게 시작해도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 틀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저학년용과 고학년용이 있다.

※ 저학년용 계획서 작성 시 주의할 점
1. ‘하루에 스티커를 1개씩 줄 수 있으며 그 스티커는 총 7개가 모이면 합격이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합격 기준을 정한다. 기준은 상의 크기에 비례하여 아이와 함께 정하면 된다.

2. 계획서를 쓸 때에는 지킬 수 있는 것을 적어야 하며 기상시간과 하교시간, 취침시간 등 시간 약속을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또한 시간을 세분화하여 30분 단위로 끊어서 적도록 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A4용지가 아닌 전지 크기를 사용하여 벽에 붙이면 짜투리 시간도 활용하게 만들 수 있다.

3. 계획서 내의 TV시청 등도 어떤 프로그램을 볼 지도 미리 적어야 하며 독서를 함에도 독서 목록을 요일별로 정한 뒤에 독서를 해야 함도 알려주어야 한다.

4. 부모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시험에서 몇 점 이상 맞으면 사주겠다’라는 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공부는 공부하는 사람 본인을 위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어야만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성공한 날(스티커를 받은 날)은 계획서의 해당 요일 칸에 예쁜 색으로 색칠을 할 수 있게 하고 실패한 날은 색칠을 하지 못하게 하여 구분한다. 대신 초반에는 가능하면 통과를 시켜주고 스티커를 2개 정도 받은 뒤부터는 좀 더 엄격하게 바라보는 것이 성취감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6. 매일 꼭 넣어야 하는 내용으로 숙제시간, 독서시간, 부모님 일 돕는 시간, 씻는 시간이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은 일주일동안 읽은 책을 부모와 토론하는 시간(30분)을 가져야 함을 자녀에게 살짝 귀뜸해주면 좋다.

ⓒ 계획서의 내용을 작성하기 전에 항목을 먼저 검사 맡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는 그 하위 내용을 바른 글씨로 정성껏 쓰게 해야 글에 진심이 담겨짐을 이해시킨 후 작성하도록 지도한다.
ⓓ 마지막에 있는 본인 사인은 계약서의 의미가 있고 사인을 하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 좋다.

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위의 과정을 실천한 한 교사의 두 아이는 특수 목적고와 명문대에 진학 하였으며 지금도 자기 일을 스스로 하고 있다. 선물이 목적이 되어 시작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중요성을 알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인격체로 만들어 준다면 그 아이는 결국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을 할 줄 아는 아이가 큰 일도 할 수 있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