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이천군 송계리 송골마을 金鍾起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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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람이 꿈을 이루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이 있고 앞뒤 안재고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방법이 그것이다.
서울에서 보증금 3천5백만원의 전세살이를 하다 8천5백만원을들여 경기도 이천에 전원주택을 마련,탈서울의 꿈을 이룬 김종기(金鍾起.47)씨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그는 우선 땅 사고집 짓는데 들어가는 돈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 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땅부터 샀다.
중부고속도로 일죽 인터체인지에서 가까운 이천군설성면송계리 송골마을에 1백20평짜리 대지가 매물로 나오자 2천만원(평당 16만7천원)에 사들인 것이 94년9월.1백51평이하 규모여서 토지거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장 식 구들이 현지로 이주해야 하는 불편이 없었다.그래서 식구들 몰래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그때까지 모은 돈을 죄다 긁어 모아 일단 계약부터 해놓고 아내에게는 사후통보를 했다.
그가 일을 저지르면 항상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해온 아내가 잔금을 치러 땅이 확보되자 바로 건축에 착수했다.그러나 당장 집을 지으려니 30평 규모로 하더라도 최소한 6천만원은 있어야 했다.아무리 어려울 때마다 화수분 구실을 해온 아 내였지만 그런 거금이 있을리 만무였다.
전세보증금을 빼고 은행융자 3천만원을 얻어 집을 짓고 지난해11월 마침내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었다.건축비가 생각보다 5백만원이 더 들어 총8천5백만원이 든 셈이었다.부엌가구 판매업을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건축기술만 믿고 직접 목수며 벽돌공.
미장공을 데려다 집을 짓다보니 이것저것 욕심을 부려 예산이 초과됐다.덕분에 전용면적 30평규모 치고는 꽤 쓸만하게 집이 지어졌다.방이 4개인 이 집에는 金씨부부와 방위병 근무중인 아들,8순의 부모가 함께 살고 있다.
올해 82세인 부친 김택균(金擇均)씨는 지금도 농사일을 거뜬히 해낼 정도로 정정해 동네에서 품앗이를 다니면서 용돈은 스스로 벌어 쓴다.서울에서 살때 가슴앓이를 심하게 하던 아내는 이곳에 온후로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아내의 가슴앓이에는 뼈아픈 사연이 있다.사람을 쉽게 믿고 좋아하는 金씨는 89년 친구 보증을 섰다가 고덕동의 28평 연립주택(당시 시가 7천5백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가재도구까지 모두 차압당하고 이사비조로 2백만원을 받아 몸만 빠져 나오다시피 한 金씨 가족은 겨우 보증금 1천만원의 월셋방을 얻어 3년여를 살아야 했다.
그때부터 金씨는 부엌가구와 정수기 판매업으로,아내 서순이(徐順伊.46)씨는 무대의상 판매업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겨우 3천5백만원짜리 전세로 옮길 수 있었다.金씨가 아무런 대책없이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金씨에게 터를 알선해준 덕수공인중개사사무소(0336(641)5200)권영상씨는 『좀 무모하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버리고 시골로 나올때는 일면 저돌성이 필요할때도 있다』며 『다만 전원주택지는 서울의 택지와는 달리 거래에 따른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제도적인 걸림돌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꼭 살펴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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