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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어워즈] 관객 휘어잡는 카리스마 … 스타 배우 이름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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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2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열린 28일 오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몰려든 취재진과 팬들사이로 뮤지컬배우 윤형렬<右>과 최성희(바다)가 레드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남우 주연상 조승우

레드 카펫 위에서 은빛 구두가 빛났다. 여느 대형스타와 달리 그는 대중 앞에서 튀지 않는다.

말수도 많지 않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사람 앞에선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 하지만 숨어 있는 끼와 열정은 당대 최고로 손색 없다. “저런 은빛 구두를 조승우씨 아니면 누가 신겠어요?”라는 사회자 이석준의 농담은, ‘정중동(靜中動’의 성격을 은근히 짚어준다.

수상자로 호명된 뒤 조승우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헛기침 하듯 말을 가다듬으며 객석을 보더니 “개인적으로 이 상을 정성화 형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더블 캐스팅으로 열연한 사이다. 그럼에도 “너무너무 행복한 작업이었다”며 감격을 오롯이 되새겼다. 이 작품에 갖는 애착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누나(뮤지컬 배우 조서연)가 나온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고 심장이 미친 듯 뛰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지금껏 조승우의 뮤지컬을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불행하다.” 어느 공연 관계자의 말은 오늘날 배우 조승우의 무게감을 실감케 한다. 그는 말하자면 살아 있는 롤러코스터다. 두 시간여 공연 동안 한없이 심연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게 만든다. 기쁨·슬픔·분노·회한이 만져질 듯 생생하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섬세한 디테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끈기와 열정은 뮤지컬 팬 사이에서 ‘명불허전’으로 통한다.

수상작 ‘맨 오브 라만차’에서도 그 진가는 고스란히 빛났다. 젊은 세르반테스와 나이 든 돈키호테의 1인 2역을, 눈빛으로 손짓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말 없이 고개를 휙 돌리는 것만으로 가슴을 철렁 멎게 하는 결연함을 뿜어냈다.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다시 작업을 함께 한 연출자 데이비드 스완은 “내가 제안하지 않은 동작과 말투도 자주 표현한다. 철저히 계산한 동작이지만,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놀라운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사의 강약 조절이 뛰어나고, 희극의 노련함과 비극의 음울함을 섞은 듯 튀지 않는 외모도 뮤지컬배우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여우 주연상 옥주현

“저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여우주연상을 손에 쥔 그는 벅차오르는 눈물 탓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돌 그룹의 꼬마 숙녀가 마침내 대한민국 뮤지컬 퀸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핑클’ 출신 옥주현(28)의 이번 수상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연예인의 뮤지컬 진출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배우다. 2005년 데뷔작 ‘아이다’에서는 다소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어색한 연기로 적지 않은 ‘안티’ 세력을 만들기도 했다.

길고 시원시원한 비주얼은 배우로서 분명 장점이지만, 이마저 안티에겐 좋은 표적이었다. “겉모습만 번듯한 ‘스타’일 뿐 진정한 배우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비아냥을 듣곤 했다. 이번 수상은 그간 세간의 눈총에서 옥주현을 자유롭게 해주었다는 평가다. ‘더 뮤지컬 어워즈’ 심사 위원들은 “가수로서 이미 검증된 가창력뿐만 아니라 무대 장악력도 한층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옥주현은 ‘시카고’에서 스타가 되려는 열망을 가진 록시를 자신의 분신처럼 완벽히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제 뮤지컬에 도전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에게 옥주현은 ‘역할모델’이 된 셈이다.

대중 스타였던 그가 이렇게 뮤지컬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건 분명 끊임없는 자기 투자 덕분이다. 뮤지컬을 단순히 영역 확장의 하나로 여겼던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옥주현은 “앞으론 모든 열정을 무대에 쏟겠다”고 말하곤 했다. 예컨대 그는 개인 앨범 발표도 잠시 미뤘다. 연습을 안 빠지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한동안 지상파 TV에서 그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 두 번째 작품 만에 여우 주연상을 거머쥠으로써 아이돌 그룹 시절 라이벌이었던 ‘S.E.S’ 출신 최성희(바다)와의 뮤지컬 리턴 매치에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 본심 심사에서 옥주현은 ‘시카고’에서 벨마로 출연했던 관록파 배우 최정원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여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옥주현은 대형 여자배우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 뮤지컬계에 ‘단비’와 같다. 20,30대 여성이 주 관객인 때문에 지금껏 뮤지컬 스타는 조승우·오만석·류정한 등 남성 배우들의 몫이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옥주현의 성장은 결국 한국 뮤지컬의 균형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 심사 어떻게 했나
심사위원 70%, 관계자투표 30%
수상작 선정 엄격하게 계량화

“심사도 과학이다”란 모토를 내건 ‘더 뮤지컬 어워즈’의 심사는 이번에도 계량화·정밀화 과정을 거쳤다.

8명의 후보 선정위원회는 지난 3일 회의를 통해 부문별로 3∼5개의 후보를 간추렸다. 최종 수상자(작)는 이어진 본심에서 7대 3의 비율로 결정됐다. 즉 전문가 그룹으로 형성된 10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70%의 결정권을 가졌고, 200명으로 구성된 공연 관계자들의 투표(실제 투표자는 135명이었음)가 30% 반영됐다.

본심 심사위원은 각 부문 후보에 대해 순위만 매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점수가 부과된다. 즉 후보가 4개일 경우 1위 100점, 2위 75점, 3위 50점, 4위 25점이다. 후보가 5개면 1위 100점, 2위 80점 등 20점씩 차등을 두며, 3개일 경우 1위 100점, 2위 67점, 3위 33점이다. 10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모두 1위로 지명되면 1000점 만점을 얻게 된다. 1000점은 기준점이다. 공연 관계자 투표는 각자 부문별로 하나씩 지명하며 1인 1점이다. 135명이 한 후보에게만 투표할 경우 135점 만점이 된다. 기준점인 1000점에 맞추기 위해 공연 관계자 투표에 7.4를 곱하게 된다. 이렇게 두 부문에서 나온 점수에 각각 7과 3을 곱하고, 이를 모두 더하면 각 후보의 최종 점수가 산출되게 된다. 이 점수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됐다.

특별 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혜란·이에스더·이진주·김진경 기자, 영상 부문=임현동·김태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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