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는 천재는 노력으로 잡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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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퍼gt 오카야마 국제 서킷 2전 관람기>

지난 4월 14일 일본 오카야마(岡山) 국제 서킷에서 열린 수퍼GT 2전에서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드라이버 두 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세계 7위 타이어 메이커인 한국타이어의 ‘HANKOOK PORSCHE팀’ 주전 드러이버로 여성 팬들이 많기로 유명한 기노시타 마쓰히로 드라이버와 안정적인 레이싱으로 절대 실수가 없는 가께야마 마사미 선수입니다. 수퍼GT는 두 명의 드라이버가 한 조를 이뤄 교대로 타면서 승부를 가릅니다.

이날 한국타이어팀은 예선 17위로 출발했지만 기노시타의 날쌘 추월과 가케야마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침착한 운전과 기회 포착 능력으로 7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앞으로 두세 번 정도 경기에선 포디엄(3위 이내 입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이날 경기에선 퍼스트 드라이버로 기노시타, 두 번째는 가께야마가 출전했습니다.

오카야마는 도쿄에서 약 750㎞ 정도 떨어져 있지요. 신칸센으로 약 세 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제 3전은 5월 4일 도요타가 운영하는 후지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립니다. 이곳에서도 현장 중계를 해볼까 합니다.

<다음은 예선을 끝내고 결선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

-추월할 때(특히 코너) 안쪽을 좋아하나? 바깥쪽을 좋아하나?
“(기노시따) 안쪽을 좋아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바깥쪽으로 추월할 때도 있다. 기본은 안쪽을 좋아하지만 경쟁차량이 바짝 다가오면 바깥쪽으로 추월한다. 아무래도 안쪽을 파고드는 게 유리할 때가 많다. 바깥은 견제를 하기 쉬워 상대적으로 추월이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바깥 추월을 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어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한다.”

-언더 스티어(차량 앞바퀴가 미끄러면서 핸들을 돌린 것 보다 덜 회전하는 현상)와 오버 스티어(뒷바퀴가 미끄러면서 핸들을 돌린 것보다 더 많이 회전하는 현상) 현상이 나타날 경우 어느 쪽이 더 컨트롤하기 좋나?

“(기노시따 & 가께야마) 언더 스티어가 좋고 편하다. 오버 스티어가 날 경우 속도가 크게 줄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타이어의 레이싱 타이어는 언더 스티어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성능으로 낸다. 오버 스티어가 나면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 수 초가 걸린다. 심할 경우에는 스핀이 나 서킷을 이탈해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 유럽에서는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5~6세부터 카트부터 시작해 오버ㆍ언더 스티어를 몸으로 느끼면서 차량을 컨트롤하는 감각을 익힌다고 한다.프로 드라이버를 꿈꾼다면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

“(기노시따) 한시라도 빨리 카트로 시작해 이런 현상에 대한 감을 익혀야 한다. 또 전문 드라이버의 가르침도 대단히 중요하다. 좋은 선생님이 있어야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 문제는 경제적인 여건이 바쳐줘야 하는 점이다.”

-드라이빙 기술은 타고난 능력인지, 연습을 통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지?

“ (기노시따) 우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 다음이 운전에 대한 센스이다. 좋아하면서 센스와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타고 나야 한다. 노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가께야마) 관심과 좋아함이 제일 중요하고 재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능이 있으면서 좋아하고 노력하면 정점에 오를 수 있지만,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레이싱을 즐기는 재능 있는 천재를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재능과 노력이 더해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뛰어 넘으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목 근육 등 체력단련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특별 훈련을 하는가? (보통 드라이버는 레이싱에서 최소 3∼4G의 중력을 느낀다고 한다. 일반 아마추어는 2G정도의 중력이 가해지면 차량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기노시따) 근력은 레이싱을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붙는다. 물론 지속적인 트레이닝도 병행한다. (가께야마) 웨이트 트레이닝은 특별히 하지 않지만 필요한 근력운동을 한다. 선천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감각을 물려 받은 것 같다(웃음). 그리고 레이싱은 특별히 집중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특별한 훈련은 하지 않고 있다. 골프는 한번 실수하면 다음 번 샷으로 만회할 수 있찌만 프로 레이싱은 한번 실수하면 생사가 결정된다. 집중력과 정신력에 대한 훈련은 실전 드라이빙 경험을 많이 쌓는 것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다.“

- 보통 한 경기를 마치면 체중이 얼마나 감소하나.

“차량 내부가 대단히 더운데다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난다. 보통 체중이 2,3㎏ 준다.”

-올해 목표는 우승인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감독을 비롯한 팀원들과 호흡이 중요하다. 여기에 기술 엔지니어들과 다양한 의사교환을 통해 차량 성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2년 동안 수퍼GT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레이싱 타이어 개발을 위해 한국타이어와 호흡이 잘 맞았다. 탁월한 성능의 타이어를 기반으로 지난해 3위를 2번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는 시상대 제일 가운데 서는 것(1위)이 목표다.”

-일본에서 전문 드라이버 양성 교육 시스템이 있는지?

“(가께야마) 몇 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카트 타는 선배들에게 부탁해 레이싱 훈련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카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인재들을 기업들에서 먼저 육성해 훈련을 시키고 있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같은 기업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 차량ㆍ 타이어ㆍ드라이버 삼 박자가 맞아야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조합은 어떤가?

“ (가께야마) 차량, 타이어, 드라이버가 조합이 맞는다는 것은 드라이버가 차량을 타면서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성능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이버의 의사 소통 능력이라고 할까. 최고의 요소들만을 찾아 팀을 옮기는 드라이버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승하기 쉽지 않다. 그런 드라이버는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수퍼 GT는 예비 주행 등 연습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능과 경제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 이어 어디선가 본듯한 영화배우 같은 한국타이어 HANKOOK PORSCHE팀의 다케다 감독과 인터뷰입니다.>

-포뮬러1(F1)과 수퍼 GT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슈퍼 GT는 드라이버를 반드시 꼭 한번 교체해야 한다. 타이어 또한 300km이상 주행하면 접지력(그립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에 효과적으로 교체해 평균 랩 타임을 끌어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특히 수퍼 GT는 300 클래스와 500 클래스 차량이 함께 경기를 한다. 성능이 뛰어난 500 클래스 차량은 300 클래스 차량을 추월할 때 시간 지연(Time Loss)을 줄여야 우승할 수 있다. 300 클래스 또한 추월을 허용하면서도 시간 지연이 없도록 하는 것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추월하고 추월을 당할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런 측면에서 다른 레이스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드라이버도 수퍼GT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 서킷에 따라 에어로 다이나믹에 대한 변화를 주는지?

“다운 포스(위에서 누르는 힘)을 강하게 하면 코너링이 좋아지지만 직선 코스에선 스피드가 저하가 동반된다. 즉, 직선코스가 많으면 다운포스를 적게 주고 곡선 코스가 많으면 다운포스를 많이 쓴다. 따라서 직선코스와 곡선코스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다음번 경기가 열리는 후지 스피드웨이는 긴 직선 코스가 많아 다운 포스를 오카야마보다 적게 차량을 세팅할 것이다.”

-드라이버 순번 결정은 어떻게 하나?

“출발 드라이버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그날의 컨디션도 있겠지만 주로 기존에 경기를 진
행했던 패턴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다운포스 또한 드라이버 변경 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간다. 퍼스트 드라이버는 아무래도 보다 공격적으로 추월하는 선수를 많이 기용하는 편이다.”

-닛산 GT-R과 포르쉐를 비교한다면. 포르쉐는 직진이 빠르고 GTR은 곡선이 빠르지 않나?

“각각의 차량에는 장단점이 있다. GT-R은 전체적인 성능 면에서 무난하며 아시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포르쉐나 페라리는 세계적인 브랜드라는 것에 기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포르쉐의 좋은 점은 코너를 탈출할 때 트랙션이 좋다.이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러나 코너링 스피드는 다른 차량에 비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오카야마(일본)〓중앙일보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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