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좋은학교 합격을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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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따라 강남 간다’ 는 옛말이 됐다. 이젠 자식따라 ‘어디든’ 간다. 진학에 유리하면 동네 바꾸는 건 예사고 강원도로 집 옮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목표는 하나. 자녀의 명문고 합격이다..

바람 부는 ‘진학 맞춤형 이사’
   김영철(42·의사)씨 가족은 지난 1월 분당에서 강원도 원주로 집을 옮겼다. 아들 진수(원주 삼육중 1)를 위해 가족 전체가 이삿짐을 싼 것. 지난해부터 지역균형선발 방식을 채택한 민사고 진학을 위해서다. 진수가 전학한 중학교는 지난해 2명의 민사고 합격생을 내 화제에 오른 바 있다 .
   특정 고교 입학을 위한 ‘진학 맞춤형’ 이사가 빈번하다. 특히 특목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지역이나 중학교를 향해 집을 옮기는 가족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민사고와 청심국제고가 택한 지역균형선발방식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신입생 일부를 전국 시·도별로 할당함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비교적 경쟁자가 적은 지역을 가려내려고 골몰한다.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충청도가 주요 대상지다.
   4년 전 비슷한 일이 용인시에서 벌어진 적이 있다.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까지 만 15세 인구 증가율이 전년도에 비해 약 두배(5.2%→10%)로 늘어난 것. 2005년 개교한 외대부속외고가 소재지인 용인 거주(2004년 3월 이전 전입) 중학생에게 신입생 30%를 우선 배정한 데 따른 결과다.
   그렇다고 강남으로의 이주 열풍이 식은 건 아니다. 강남은 여전히 특목고의 메카다. 심지어 지방으로 이주한 학생도 학원수업 만큼은 여전히 강남에서 들으려 주말이면 상경하곤 한다. 강남 유명학원들은 이들을 위해 쿠폰제 강의반까지 개설했다.
   와이즈만 영재교육 김영삼 부원장은 “수강 상담자 중 30% 정도가 지방 최상위권 실력의 자녀를 둔 부모”라며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강남으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주부 염윤정(39)씨도 최근 강남 재진입을 고민 중이다. 주민 수가 늘면서 딸 이서현(정발초 4년)양이 특목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정발중에 배정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최근 이웃의 민규 엄마가 대치동 이사를 결정해 더욱 염씨를 흔든다. 일산서 개인사업하는 남편은 이미 염씨 결정에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2년 전 강남에서 일산으로 이사했다.
강남의 부동산중개업자 최희정(46·여)씨는 “강남에 이사 오는 열 명 중 아홉은 자녀교육 때문”이라며 “거주나 출퇴근의 불편을 감수하고 이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요즘 한달 2건 정도 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김지혁·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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