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난에 갇힌 아이들] 1. 날마다 28명씩 버려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1990~96년 가정에서 버림받아 보호가 필요하게 된 아이(요보호아동)는 연간 4000~5000명대였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부터 가파르게 늘어 2000년 이후 3년간 1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통계수치만으로도 5만7000명 이상이 버림받은 것은 한국 사회의 가정해체가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1만222명의 요보호아동이 생겼다. 하루 28명꼴로 버림받은 셈이다. 이 중 빈곤.실직 때문에 양육을 포기한 경우가 44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이정희 소장은 "'기아(棄兒)'나 '미혼모 아동'의 상당수도 사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포기하는 사례일 것 "이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아동 연령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맡긴 아동 중 13세 이하의 비율은 98년 46%에서 지난해 93%로 늘었다. 이는 젊은 부부들이 손쉽게 이혼하거나, 어린 자녀를 기품있게 양육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사 취재팀은 아동 100명이 버림받았을 때 어디로 가는지를 정부.지자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대략 양육시설(옛 고아원.영아원 등)에 47명, 입양 24명, 가정 임시 위탁 24명, 소년소녀가장 지정 5명 정도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양육시설 등에 수용돼 있는 아동은 모두 1만8018명에 이르렀다.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민간단체가 보호 중인 아동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의 규모도 빈곤아동의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지표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결식아동 급식 지원 사업'(아침.저녁 지원)의 대상자는 지난해 1만6270명이었다. 이와 별도로 교육인적자원부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점심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그 대상은 30만5568명에 달했다. 이와 관련, 사회복지학계에선 "이들 중 상당수는 실질적 결식아동으로 봐야 한다"면서 결식아동 규모를 20만명대로 추산한다. 취재팀이 빈곤지역 공부방 아동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은 놀랍게도 세명 중 한명꼴이었다.

<한 소년의 죽음>

◇'100만명' 어떻게 나왔나=빈곤아동 규모는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취재팀 의뢰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산한 규모는 100만명이었다.

세부 산출 근거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17세 이하는 31만4000여명이다. 실질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의 아동은 4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가정해체 가구(96만여가구, 2001년 보건사회연구원 추정치)에서 20여만명의 아동이 곧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산출됐다. 이 세 가지를 합쳐 100만명 정도가 나온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추계한 2000년 절대빈곤인구(539만명)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아동 비율(0.247)을 곱하면 당시 기준으로 133만명이 빈곤아동 규모라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100만명으로 잡으면 전체 아동 1157만명의 8.6%가 빈곤 상태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빈곤아동 관련 복지 예산은 영유아보육사업을 제외하면 979억원에 불과하다.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가정해체가 되기 전 예방 활동이 중요한데, 관련 예산이 턱없이 적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