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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Life] 뛰다보면 갱년기도 거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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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주변에서 부부나 연인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하는 여성이 한 대회당 2000명에 육박한다. 여성 마라토너 20만 명 시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여성 달리기는 남성과 목적이 다소 다르다. 남성은 건강·성취감을 위해 뛰지만, 여성은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다. 기록은 남성이 앞선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10%가량 더 빠르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의사협회는 종합학술대회 기간(5월 2∼4일)에 ‘건강 달리기 심포지엄’(5월 4일 오후 2∼4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센터 321호)을 연다. 여기에 ‘여성 달리기’ 강좌도 포함돼 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서 배운다=미국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1994년 미국 워싱턴DC 해병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배정 번호는 40번. 1만3800명이 참가해 4240명이 중도 포기했으나 그녀는 4시간29분15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에 골인했다. 체중 100㎏이 넘던 2년 전만 해도 그가 완주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프라는 달리기 시작 초기엔 1㎞당 10.6분의 속도로 달렸다. 2주 뒤 같은 속도로 6㎞를 달리고 걸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주까지는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서울백병원 산부인과 고재환 교수는 “많은 여성이 이 시기에 좌절하고 포기한다”며 “이 고비만 넘기면 체중이 눈에 띄게 빠진다”고 조언했다. 오프라도 이후 매달 3.5∼4.5㎏씩 체중이 줄었다.

◇생리·임신과 달리기=여성 달리기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에 영향을 미쳐 생리불순·일시적 불임의 원인이 된다. 실제 일반인의 무월경 빈도는 3% 정도지만 장거리 달리기 선수는 24%에 달한다.

여성의 생리가 달리기에 불편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생리 중이라도 달리기는 가능하다. 오히려 생리 전후에 잦은 복부 통증·팽만감·부종을 완화시킨다. 복부 강화, 자궁 내 혈액 순환 증가, 엔도르핀 분비, 땀 배출 등이 달리기의 효과다.

한양대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장성호 교수는 “임신을 계획 중이라고 해서 일부러 달리기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며 “불임이 오래 지속되면 에스트로겐 분비 이상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달리기를 잠시 쉬어보라”고 조언했다.

임신을 했다면 민감한 첫 세 달과 출산 직전엔 쉬는 것이 좋다. 임신 도중엔 운동 강도를 옆사람과 대화할 만큼 낮춘다. 출산 후 6주가 지나면 걷기 등 서서히 몸을 풀고, 12주 뒤엔 자신의 몸 상태를 봐가며 달릴 수 있다.

◇철분·칼슘 섭취가 중요=젊은 여성이 달리기에 빠지면 에스트로겐 감소에 의한 운동성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 여성 마라토너에겐 매일 칼슘을 1500㎎(성인 권장량은 하루 700㎎)씩 섭취하라고 권한다. 이 정도 양은 우유·유제품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더라도 채우기 힘들다. 칼슘 보충제 복용이 불가피하다.

여성 러너는 또 피로골절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폐경 이후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피로 골절은 부적합한 운동화와 딱딱한 도로를 달릴 때 주로 발생한다. 올바르지 못한 주법도 원인이 된다.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남희승 교수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보호대 착용, 올바른 신발 착용, 정기적인 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러너는 철분이 풍부한 육류나 철분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빈혈로 산소를 옮겨주는 헤모글로빈 농도가 낮아 지구력이 떨어진다.

◇여성 러너에게 잦은 부상=여성 러너에게 취약한 부위는 무릎·정강이·엉덩이·발뒤꿈치 등이다. 남성보다 외부 충격에 약해서다. 최선의 예방법은 운동 전 스트레칭. 특히 햄스트링과 사두박근·아킬레스 건 등의 스트레칭을 5분 이상 충분히 한 뒤 달린다. 평소 요통·무릎 통증이 있는 여성은 특정 근육을 강화한 뒤(전문가와 상담 필요) 달려야 통증이 악화되지 않는다.

부상을 예방하려면 예쁜 운동화를 신는 것은 금물. 달릴 때 신는 운동화는 모양이 펑퍼짐하고 가벼우며 발을 잘 감싸줘야 한다. 무지외반증이나 발의 아치가 무너져 있다면 자신의 발 기형을 보완해줄 수 있는 수제 깔창을 깐다. 여성의 달리기 운동량은 남성의 70∼80%가 적당하다.

박태균 기자

달릴 때 이런 점은 주의

- 식욕 이상: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는 여성은 남성보다 영양부족 상태가 되기 쉽다
- 생리불순: 생리불순 빈도가 높다
- 골밀도의 감소: 무월경 초기에 일어날 수 있다. 진단 후 즉시 치료
- 비정상 자궁출혈: 생리 주기가 21일 이하거나 생리가 7일 이상 지속 또는 생리량이 80㎖ 이상
- 비뇨생식기 이상: 기존의 방광이나 자궁질환 악화 가능성

달리기가 좋은 점

- 생리곤란증 예방, 증상 완화
- 생리전증후군 증상 완화
- 자궁내막증 예방·증상 완화
- 자궁내막암 예방
- 갱년기·폐경 증상의 완화
- 비만 해소
- 몸이 유연해져 부상 예방

*자료= 인제대 서울백병원 산부인과·(사)달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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