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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의 향기를 훔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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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그녀에게서 국화꽃 향기가 나고, 그에게서 초콜릿 냄새가 나는 건 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분명 외부의 어떤 요소가 신체 호르몬과 화학작용을 함께하기 때문일 터. 그래서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향수 코너를 서성이게 된다. 나만의 특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향기를 갖기 위해. 냄새로 기억된다는 것, 참 멋진 일 아닌가? 봄·여름 시즌 새 향수 가운데 당신이 원하는 특별함을 선사할 패션 하우스 향수들을 추천한다. 사진 신인섭 기자

『엠므씨의 마지막 향후』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는 오래 전부터 써온 향수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향수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주인공은 전 세계의 재고를 모두 사들일 계획을 세우지만,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결국 주인공이 소유한 향수는 적었다. 주인공은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갈등한다. 뿌리는 양을 기존보다 줄여서 최대한 오래 사용할 것인가, 기존만큼 충분히 사용하고 향수가 다 떨어지면 자살할 것인가.

향수 하나 때문에 삶의 스케줄 전체를 흔들다니, 오버다 싶지만 주인공에게 향수는 단순히 향기를 내는 액체가 아니었다. 신사로서의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도구였고, 중년의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젊은 여성들을 마음껏 유혹할 수 있는 남성성의 히든카드였다. 그러니까 그에게 향수는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새삼스레 과거의 CF 카피를 또 한번 우려먹는 이유도 그것이다. 향기는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모아놓은 서랍의 열쇠와 같다. 길거리 모퉁이에서 잠시 스친 낯선 사람에게서 익숙한 향기를 느끼게 되는 순간, 기억의 서랍은 자동으로 열린다. 물론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기억을 심어두려 할 때도 향기는 매력적인 요소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남녀 사이를 기분좋게 오가는 봄에, 맥박이 가장 열정적으로 뛰는 여름에 향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다. 이미 백화점 향수 코너 섭렵을 다 마쳤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봄·여름 시즌 향수들은 자연(특히 꽃과 바다 냄새)의 향기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이 시즌에 나오는 향은 ‘부드럽거나 혹은 시원하거나’이다.

비슷비슷한 여러 종류의 향을 놓고 무엇을 살까 고민될 때, 팁을 하나 주자면 패션 디자이너 혹은 패션 하우스가 내놓은 향수를 눈여겨보라는 것. 패션 브랜드가 의상 다음으로 관심을 보이는 아이템은 향수여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이미 시그니처 향수를 갖고 있다.

패션 하우스 향수의 장점은 옷과 향을 함께 ‘입는다’는 것이다. 설명하자면 브랜드의 패션 철학과 가장 어울리는 향을 만들기 때문에 ‘이 향기가 나에게서 뿜어져 나올 때 상대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에 대한 상상이 좀 더 명확해진다. 물론 용기 디자인도 뛰어나다. 가끔은 패션 하우스와 친한 유명인과 함께 만든 셀레브리티 향수도 내놓기 때문에 좋아하는 유명인의 이미지를 향으로 소유할 기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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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도르 리필러블 펄스 스프레이 황금색의 고급스러운 향기를 지닌 자도르가 스프레이 타입의 새 용기에 담겼다. 스프레이 정품 15mL+리필 용액 15mL 2개(총 45mL 8만5000원). 크리스찬 디올

2 신 가든 브랜드의 대표적인 상징을 뚜껑에 금관처럼 얹은 이 작은 병에는 어느 고풍스러운 영국 교외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가 담겨 있다. 30mL 6만5000원, 50mL 8만5000원. 비비안 웨스트우드

3 블루 앤 블루 속 깊은 여름바다를 닮은 푸른 빛깔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향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가격 미정. 소니아 리키엘

4 더 비트 메탈릭한 느낌의 버버리 체크를 입고 있는 더 비트의 향은 ‘젊음, 현대, 에너지, 열정’ 등의 단어들을 표현하고 있다. 50mL 6만9000원. 버버리

5 코코 마드모아젤 오 드 퍼퓸 트위스트 스프레이 유광 화이트 용기와 정교하게 어울린 금색 줄의 조합이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향기를 미리 말해주는 것 같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휴대가 간편해 언제든 ‘마드모아젤의 향기’를 입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20mL 정품 스프레이+20mL 리필 용액 2개 12만8000원. 샤넬

6 랄프 와일드 2000년부터 소녀들의 밝고 도전적인 젊음을 표현해 온 랄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아이템. 이번 컨셉트는 쭉 뻗은 도로 위를 달릴 때 느끼는 것 같은 자유와 섹시함이다. 30mL 4만8000원, 50mL 6만6000원, 100mL 8만6000원. 랄프 로렌

7 아빠리시옹 스카이 투명한 병에 여러 조각의 음각 단면을 만들고 하늘빛을 담은 용기는 눈부시게 화창한 날의 창문을 연상시킨다.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달콤한 향이 그 창문을 통해 빠져나온다. 30mL 4만7000원, 50mL 6만9000원, 90mL 9만5000원. 엠마누엘 웅가로

8 자르뎅 아프레라 무쏭 에르메스가 선정한 올해의 테마인 ‘인도’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조된 향수로 ‘폭풍우가 지나간 후 깨끗하고 명료해진 고요한 장소에 대한 경외감을 담다’가 컨셉트다. 50mL 9만2000원, 100mL 13만원. 에르메스

9 르 퍼퓸 고대 항아리의 외형과 여성의 육감적인 보디 실루엣이 중첩된 용기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가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한 것이 장점이다. 30mL 5만9000원. 막스마라

10 히피 피즈 상식의 허를 찌르는 디자인으로 시즌마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모스키노의 향수답게 용기 디자인과 향 모두 신선하고 발랄하다. 가격 미정. 모스키노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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