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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인복지 더이상 외면말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3세며 1백세를 넘은 사람도 5백명이나 있다.한국 노인에게도 장수(長壽)의 축복이 내려지고 있지만 많은 노인들에게는 그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절대적 빈곤상태에 있는 사람이25만명이나 된다.게다가 자녀들의 부양거부.노인유기.가출등으로인해 빈곤상태에 있는 노인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대다수(약 87%)는 고혈압.치매.당뇨.
관절염등 만성질병을 앓고 있으며 간호받고 보호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치매노인은 1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풍이나 기타 질병으로 거동불능의 노인도 10만명을 족히 넘고 있다.특히 치매와 중풍등으로 움직일 수 없는 노인 자신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결국 가정불화.노인 유기와 학대.노인 자신의 가출이라는 비극을 초래하는일이 비일비재하다.이러한 노인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빈곤문제와 건강문제다.
노인 빈곤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최저 생계비의 70%정도밖에 되지 않는 월7만8천원을 생계비로 지급해주고,거주할 곳 없는 무의탁한 노인은 무료요양원이나 양로원에 수용해 보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현재의 정부 생계비 지원은 노인 의 생명을 서서히 단축시키는 것이 될뿐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꿈도 꿀 수 없다.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면 정부지원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돼야 할 것이다.
부양거부 문제.노인 학대.유기 등에 대해선 정부에서 속수무책이다.부양거부 문제는 민법으로 부양의무이행의 소송을 제기할 수있지만 사실상 실행되기 어렵다.그러므로 부모부양 거부.부모학대.부모유기에 대해 부모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타인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문제의 예방을 위해 좋고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노인질병과 이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나 거동불능의 문제는 병원치료나 입원으로 해결하기 보다 가정에서 간호.보호하든지 아니면요양시설에서 보호하는 방법이 바람직한 경우가 훨씬 많다.노인보호에는 가정보호가 우선이고 시설에서 하는 보호는 최후의 수단이돼야 한다.가정에서 노인보호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선 여러가지 재가복지 서비스,예를 들면 탁노서비스.유급 가정봉사원 파견서비스.방문간호 서비스.가족보호자 훈련 등이 제대로 제공돼야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노인보호와 관 련된 가정불화.노인유기.학대.가출 등의 문제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그리고 요양시설 비용도의료보험에서 지불하도록 해야 노인과 가족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오늘의 노인 세대들은 한국의 역사속에서 가장 많은 시련을겪고 후세들의 복지를 위해 그리고 국민소득 1만달러의 풍요로운오늘의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헌신한 사람들이다.우리 사회가 양심이 있다면 이제는 이들의공헌을 노인복지 향상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풍요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문제로 치료나 보호받기도 어려운 많은 노인들을외면한 채 경제발전만을 추구하는 비윤리적인 사회,이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회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특히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노정치가들은 한 시대를 같이 살아오면서 고생한 동연배 노인들의 복지문제를 더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엊그제(4일)대통령이 밝힌 노인복지발전대책이 진정으로 책임있는 발언이 되 고 명실상부한 실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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