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성화 릴레이 대중 외교자세 되짚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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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14면

베이징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27∼28일 서울과 평양을 달린다. 올림픽 성화가 남북한을 동시에 통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서울과 평양의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에선 100여 개 시민단체가 ‘성화 봉송 저지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과 티베트 시위 유혈진압,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보수·진보 단체들이 뭉친 것이다. 경찰은 런던·파리·도쿄처럼 불상사가 일어날까 봐 비상태세다. 전경 8000여 명을 배치하고 마라톤동호회 소속 경찰관 120명으로 성화 보호팀을 가동할 계획이다. 성화 봉송 루트와 주자도 보안에 부쳤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반중 무드가 이렇게 확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반면 평양에선 28일 성화 릴레이를 앞두고 들떠 있다. 성화는 주체사상탑을 출발해 김일성경기장까지 20㎞를 달린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은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평양 거리에 수십만 명의 인파를 동원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6년 핵실험 강행 때문에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호기로 생각할지 모른다. 한반도를 통과한 성화는 안전지대로 들어간다. 하노이(29일), 홍콩·마카오(5월 2∼3일)를 거쳐 중국 도시들을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는 ‘화해의 여정’으로 명명된 성화 봉송을 계기로 중국의 힘과 의식세계를 엿보았다. 서방 세계의 인권보호 압박에 중국은 ‘중화 민족주의’로 맞불을 질렀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분노한 세력들이 속출했다. 신화통신은 25일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재개 의사를 보도했다. 티베트 사태의 공은 성화의 귀환처럼 다시 중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6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세계는 인권 문제로 중국을 윽박질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을 조용히 설득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성화 릴레이는 우리의 대중 외교 자세를 짚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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