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물려주기-장소.祭主바뀌면 祝文으로 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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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상의 변화가 잦은 현대인의 조상들은 제사찾아먹기도 힘들다.
집도 자주 옮길 뿐더러 형제들끼리 돌아가면서 제사를 준비하기도하니 무턱대고 「작년에 갔던 집」에 갔다가는 헛걸음하기 십상.
조상님들이 이런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알려 드리는 것이 후손된 도리다.
딱히 어려울 것은 없다.제사를 지낼 때 『내년부터 누구누구네집에서 제사를 모시게 됐습니다』라고 하면 된다.새로 옮겨온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도 마찬가지.축문(祝文)을 통해 한햇동안 지난 일을 고하면서 『금년부터 여기서 제사를 지 내게 됐습니다』라고 알리는 것이다.집안에 따라 제사를 옮겨오면서 집밖에서부터 지방(紙傍)을 쌀을 얹은 소반에 들고 들어오는 영신(迎神)행사를 하기도 하지만 성균관전례연구회에 따르면 유교전례에서 나와있는 내용은 아니다.
제주(祭主)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들이제사를 물려받은 경우,마찬가지로 『이러저러한 사유로 앞으로 제가 제사를 지내게 됐습니다』라는 내용을 처음 지내는 제사의 축문에 집어넣으면 된다.
이런 경우도 있다.보통 사대봉사(四代奉祀)라고 해서 4대조상까지 제사를 지내니까 장손이 죽으면 그 아들은 더 이상 아버지의 4대조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하지만 장손의 형제들이 살아있다면 고조의 제사를 모셔야 하므로 차장손(次長 孫)이 제주가 된다.이럴 때 제사를 모셔오는 것을 체천(遞遷)이라고 한다. 집안에 사당과 위패(位牌)가 있던 시절에는 집안의 대소사를날마다 고해야 했다.이사를 할 때도 제사를 지낼 때처럼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향을 사르면서 사유를 고하고 위패를 옮겼지만 요즘은 위패대신 종이로 지방을 쓰니까 1년에 한차 례 제사를 지낼 때 고하는 것으로 대신하면 된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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