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청춘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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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08면

나의 노래는
감독 안슬기
주연 신현호·민세연·윤세민
상영시간 80분 개봉 4월 25일
제작연도 2007

‘나의 노래는’ 아무런 꿈도 없이 ‘생존’하는 갓 스무 살 청춘의 초상을 담는다. 주인공 희철은 ‘청춘 영화’의 주인공치곤 심하게 에너지가 부족하다. 철없는 홀아버지에게 시달리면서도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분식집 배달이나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갈 뿐이다. 그런 희철이 또래의 영화과 대학생 실습영화에 배우로 참여하면서 내부 감정이 아주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타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던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꿈꾸는 법을 배워나간다. 말만 들으면 귀여운 성장영화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의 노래는’ 성장통을 거창하게 전시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빌려온 영화는 희철의 일상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지 않은 채 조용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영화 속 아이들은 큰 웃음도, 시원한 눈물도, 억센 분노도 없는 밋밋한 상황에서 알 수 없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인물의 심리를 정확하게 꼬집어주지 않는 연출방식 때문에 극적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20대 이상이라면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 하는 스무 살의 현기증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교사이기도 한 안슬기 감독은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라고 조용히 다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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