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남들이 뭐라해도 내 친구가 최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우리는 친구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장미란 옮김,
웅진주니어,
32쪽, 1만원,
유아

난 내 이름이 참 좋아!
케빈 헹크스 글·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36쪽, 8000원,
유아

우리 엄마는 못 말리는 마법사
배빗 콜 글·그림, 김수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30쪽, 8000원,
유아

어린이날이 코앞이어서인지,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 줄을 잇는다. 『돼지책』의 앤서니 브라운, 『내 사랑 뿌뿌』의 케빈 헹크스, 『멍멍 의사 선생님』의 배빗 콜이 내놓은 새 그림책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하나같이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친구』는 우정을 다룬 책이다. 주인공은 동물원에 사는 고릴라. 손짓 말을 할 줄 아는 특별한 고릴라다.

사람들과 말이 통하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TV나 보는 ‘늘어진’ 팔자지만, 고릴라는 슬펐다. ‘친구가 필요해’란 고릴라의 손짓 말에 사람들은 고양이 ‘예쁜이’를 데려왔다.

고릴라는 예쁜이에게 우유도 주고 꿀도 주고 무엇이든 함께 하며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느 날. 영화 ‘킹콩’을 함께 보던 중 고릴라는 너무 화가 나서(영화 속 고릴라의 운명이 너무 안타까워서였을까) TV를 부숴버렸다. 놀란 사람들은 예쁜이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며 둘을 떼어놓으려 했다. 그 때 예쁜이가 나섰다. “텔레비전을 부순 건 바로 나예요!” 친구의 허물까지 덮어 안는 끈끈한 우정이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섬세한 그림 속에 녹아있다.

『난 내 이름이 좋아!』는 자기 이름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아이들의 보편적 심리를 담았다. 주인공 이름은 크리샌써멈. 국화란 뜻이다.

크리샌써멈이 자기 이름을 싫어하게 된 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네 이름은 꽃 이름이네”“이름이 너무 길어”라고 놀리기 시작한 친구들은 크리샌써멈이 꽃으로 보인다며 꺾고 냄새 맡는 시늉까지 했다.

크리샌써멈은 자기 이름이 끔찍해졌고, 이름이 제인으로 바뀌는 꿈까지 꾼다. 이야기의 반전은 새로 온 음악 선생님이 이끌어냈다. 이름이 ‘참제비고깔꽃’이란 뜻인 델피니엄 선생님이 크리샌써멈에게 “나무랄 데 없는 이름”이라고 칭찬한 것이 계기였다. 크리샌써멈을 부러워하는 친구들. 너도나도 “날 이제 금잔화라고 불러 줘” “나는 카네이션이야”라며 이름을 바꾸겠다고 나선다.

이야기 중간, 놀림 받고 속상해하는 크리샌써멈을 대하는 엄마·아빠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예쁘고, 귀하고,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름”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주사위 놀이도 같이 하며 마음을 풀어준다. 덩달아 흥분하지도, 별일 아니라며 무시하지도 않는 부모의 안정적인 육아태도가 독자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마법사 엄마를 둔 아이의 이야기 『우리 엄마는 못 말리는 마법사』에는 나와 다른 남을 향한 편견을 경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아이를 빗자루에 태우고 하늘을 날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엄마. 두꺼비와 지렁이가 튀어나오는 특별한 케이크로 선생님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드는 엄마를 다른 학부모들은 싫어했다. 아이 집에 놀러 와 신나게 노는 친구들을 강제로 끌고 나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학교에 불이 난 날. 마법사 엄마는 먹구름을 끌고 와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냈고 학교의 영웅이 된다.

모성애도 이 책의 또 다른 주제다. 한껏 모양을 내고 학부모 모임에 참석한 엄마, 선생님의 부탁에 따라 요란스레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모습 등 유머스런 장면 하나하나에서도 보통 엄마의 소박한 정성을 찾아낼 수 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