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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껴안아야 선진국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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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명박 정부는 대선과정에서 정책공약으로 ‘747플랜’을 제시한 바 있다. 7%경제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을 통해 반드시 선진국에 도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것은 세계화·정보화·고령화·지방분권화가 급속히 진행돼 가는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 설정된 것으로,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지만 향후 극복해야 할 시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민족·다문화시대에 이미 진입한 우리나라의 새로운 환경에서 새 정부가 제시한 목표의 달성만으로 과연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의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주민은 106만여 명으로 전체 국민의 2%를 넘었으며, 2005년에 비해 무려 30%나 증가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20년 외국인 비율이 전체 국민의 5%에 이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제결혼이 많아짐에 따라 다문화 가정이 늘고 그 결과 국민 구성의 다양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06년 기준, 결혼 이민자의 총수는 11만여 명에 이른다. 현재 결혼한 8쌍 중 1쌍은 국제결혼이다. 농촌총각 4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을 신부로 맞아들이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고, 그 추세도 고령화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해 유엔 인종차별위원회가 채택한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인종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최근 베트남 결혼 이주자 구타 사망 사건은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할 뻔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중앙정부의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그동안 외국인 대책, 나아가 다문화 공생 정책 마련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는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해 시행하는가 하면 국적법을 개정하고 사회 통합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각 지자체들도 외국인 지원 조례 제정,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등을 설립하고 각종 지원 서비스와 사업들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4년 앞서 외국인 2%시대에 도달한 일본은 외국인을 지원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그들을 지역 주민으로 인정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해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 사회도 지금부터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이주 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착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민은 내외국인 모두에 대해 포용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다민족국가 대한민국’으로서 의무와 약속을 잘 이행하는 것, 그것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 충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