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송은 공정·형평성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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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사와 야당 간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보도 관련 프로그램 편파시비에 이어 한나라당의 대표경선 후보 합동토론 생중계 요청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지상파 3개 방송의 전파를 탈 수 있게 됐다.

민주사회의 핵심인 언론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며, 여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동시에 언론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알권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공정한 보도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데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권력도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싶다. 지금 방송사가 야당의 항의를 편성 보도권의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근거에서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이미 이 난을 통해 지적했듯 우리는 오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방송사라고 본다. 방송 보도와 토론 프로그램이 일방의 의견만을 전달하고 그것이 마치 객관적이고 전체의 의견인 양 반복할 때 그것이 가지는 폐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럴 때 방송은 언론이 아니고 권력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

한나라당의 대표경선 토론 중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물론 선거가 임박했다는 시점이 중계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때 "선거에 형평성이 걱정돼…"라는 이유로 중계 거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사안을 너무나 미시적으로 본 탓이다. 녹화중계 등으로 상대 당의 비방 우려를 걸러내면서 알권리를 적극 신장해 가야 한다.

꼬인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방송사에 있다. '방송권력'의 늪에서 빠져나와 지금이라도 시청자에게 충실한 정보전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며 국민이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방송사의 자율성 침해'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방송사를 방문해 책임자를 만나는 식보다 언론중재위나 방송심의위 등을 통해 항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