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속철,古都훼손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문화재 보존이냐,지역개발이냐로 팽팽히 맞섰던 경주(慶州)고도(古都)논쟁이 새로운 고비를 맞게 됐다.문화체육부가 고도보호를주장해온 학계의견을 수용해 경주도심을 통과하는 고속철도 노선변경을 요구하자 건설교통부가 이에 맞서 정부부처간 대립으로 발전했다. 첨예하게 맞서는 보존과 개발논쟁을 대립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 입장에서 풀어나가기를 우리는 먼저 촉구한다.상호보완적 관계지만 어느쪽이 우선하는가.경주는 밭고랑 하나,기왓장 하나가모두 조상의 얼이 담긴 유물의 보고요,신라 천년의 유 적지다.
그래서 경주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고,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경주의 존재가치는 문화재의 보고라는데 있다.
지방화시대의 지역발전은 그 지방의 특색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있다.경주의 문화재는 지역경제의 밑천이고 세계적 문화상품이다.자신의 근거지를 훼손해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너무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고속철도가 시내 중심가를 통과하면 역세권(驛勢圈)발전이 예상된다.경마장을 세우면 더 많은 수입이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예정 통과지역인 남산자락의 수천점 불상.탑뿐만 아니라 반경 1.7㎞안 4 2점 문화재가 직.간접 피해를 본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문체부 안대로 우회할 경우 피해는 최소화되고 지역발전도 보장된다.
물론 지난 30년동안 경주가 문화재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받는 재산상의 손실도 컸을 것이다.집을 고치다 기왓장 한장만 나와도 발굴이 끝날 때를 기다려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왔다.이젠 정부도 보존만을 위해 주민들에게 피해 를 주는 강압적 보존방식을 고쳐야 한다.보존에 따른 불이익을 국가나 자치단체가 보전하고,대체방안을 마련하는 배려를 해야 한다.
그리스의 고도 아테네는 자동차매연이 아크로폴리스 유적지를 훼손한다 해서 도심차량진입을 전면통제했다.세계의 어느 고도나 유적지에도 고속전철이 통과하는 문화파괴적 건설은 이뤄지지 않았다.주민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면서 고도 천년의 문화재 를 보존하고문화상품화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