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forMoney] 일상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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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젤란펀드 매니저 출신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가 쓴 책 『월가의 영웅』 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자기 친구의 투자 실패담이다. 이 사람은 어느 날 주식 투자 정보지의 조언에 따라 종목을 골랐다. 이 투자는 곧 실패로 드러났다. 그런데 투자를 결정하던 날 그의 아내는 자신이 직접 이용했던 의류 판매점이 기가 막히게 멋지다고 언급했다. 만일 이 종목을 선택했더라면 그는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몇 년 뒤 이 투자자는 아내가 언급했던 회사에 대해 경제지와 정보지가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발견하고 뒤늦게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자 아내는 지나가는 얘기로 다시 불평을 터뜨렸다. 가격도 예전처럼 싸지 않고 불친절해서 지금은 그 의류 판매점에 다니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이 투자자는 아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쇼핑이 아니라 투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거요.” 물론 그의 투자는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다.

쇼핑을 비롯한 일상은 결코 투자와 유리돼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써본 물건을 평가해 보고 해당 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할머니 투자 클럽의 성공담이 좋은 예다. 역시 자신이 즐겼던 콜라와 면도기로 투자를 결정했던 워런 버핏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정반대다. 평상시 자신이 경험하는 것은 하찮은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경제지 기사나 은행·증권사 창구 직원의 조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러다 보면 남들과 똑같이 돈 된다는 곳에 몰려다니다 진이 빠지고 만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투자와 저축의 가이드라인을 찾는 것이다. 재무 설계라는 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잔 물결보다 조류의 변화를 더욱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최근에도 의미 있는 조류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수익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대신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이라고 부른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다. 그러나 우리 일상과 주변을 들여다 보면 곧 시작될 만한 징후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주식시장이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미국의 신용 경색 상황에 더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또 하나 실물이나 상품 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고 있는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안전 자산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5년 전이라면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큰 은행인 씨티는 안전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투자자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는 위험 자산이다. 대신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요즘 가장 각광 받는 안전 자산이다. 일반적으로는 주식보다 채권, 증권보다 현금, 금융상품보다 실물자산이나 상품이 더 안전자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재테크 대신 재산 보호가 더 중요한 시기에는 투자를 잠시 멈추고 저축이라는 안전지대에 머무를 필요도 있다. 큰 파도를 피하기 위해 배가 잠시 안전한 항구에 머무르듯 말이다.

김방희 KBS 1라디오‘시사플러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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