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도우려 보스턴 마라톤 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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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환갑을 넘긴 대기업 최고경영자(CE0) 마라토너.’

SK에너지 신헌철(63·사진) 부회장에게 붙은 별칭이다. 그가 22일(한국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 112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42.195㎞를 완주했다. 기록은 5시간31분11초.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기록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번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국내외 사업 파트너들과 지인들에게 후원금을 부탁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이 기간 중 신 부회장은 3억원을 모았다.

마라톤 매니어인 그는 이미 지난 7년 동안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7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신 부회장을 비롯한 SK에너지 마라톤 동호회원 24명은 이번 보스턴 대회에서 등 번호 대신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달렸다. 성금을 기탁한 협력 업체들의 회사 깃발을 들고 뛰기도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평생 단 한 번만 출전 기회를 주는 보스턴 대회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불우이웃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레이스를 할 수 있었다”며 “레이스 도중 우리나라 전통 사물놀이 행사를 마련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할 수 있게 된 것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스 도중 응원 나온 임직원 가족들이 준비한 사물놀이 마당에 참여해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사들고 간 전통 부채를 현지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신 부회장이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다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서울 남산순환도로를 달리면서 좀 더 의미 있는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완주를 조건으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후원금을 주변에 부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풀 코스에서 3시간57분13초를 기록해 이번 보스턴 대회의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신 부회장은 보스턴 대회를 앞두고 올 초부터 사내 마라톤 동호회원들과 함께 하프 코스와 풀 코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훈련을 해왔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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