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低금리시대 은행들 돈불리기 힘겹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얼마 전 은행 신탁계정의 자금을 놓고 은행과 투신사간에 실랑이가 있었다.이 실랑이는 은행은 돈을 맡기려 하는데 투신사는 이를 받지 않겠다는 다소 이상한 것이었다.
은행들은 앞을 다퉈 연15~16%의 고금리 신탁상품을 개발한덕에 신탁자산이 올 들어서만 21조원(8월24일 현재)이나 늘어났다.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금리마저 크게 떨어지자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신탁대출이나 단기상품에 운용하고도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돈이 10조원을 넘는다.시중은행 신탁담당자는 『신탁자산의 5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 금리가 급락해 더 이상채권을 사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최근 상황을 설명한다.
은행들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고 그 돈을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방법을 떠올렸다.금리가 10%대로 떨어졌던 93년초 이미 한번 써 먹었던 방법이다.투신사들은 그러나 93년 이같은 자금을 받았다가 혼이 난 기억 때문에 이 돈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93년 당시 서울 3투신사는 은행등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당시의 낮은 금리로채권을 사들였다.
그러나 은행들이 환매수수료 부담이 사라지는 1년 뒤부터 돈을빼내가 투신사들은 비싸게 사들인 채권(저율채권)만 잔뜩 떠안을수밖에 없었다.
『이때 사들인 저율채권이 기존펀드의 수익률을 깎아 먹는 등 두고두고 투신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투신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얼마 전 금리가 12%대로 급락했을 때 은행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뭉칫돈을 들고 찾아왔지만 거절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금은 금리가 조금 올라 잠잠해졌지만 금리가 추가로 내리면(12%대 진입) 은행과 투신사간의 밀고 당기기는 재연될것이다. 〈宋尙勳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