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D램산업 고속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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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메모리칩산업은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산업의 「가난한 사촌」쯤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연 40%라는 어지러울 정도의 고속성장을 거듭한 D램산업은 올해도 연 57%의 수익증가율을 기록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해마다 쏟아지는 엄청난 수익은 세계1위의메모리칩 생산기업인 한국의 삼성전자가 항공산업과 자동차산업으로까지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이처럼 지속적인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는 이유는메모리칩에 대한 수요가 수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기술자들이 손톱크기만한 실리콘 조각에다 더 많은회로를 집어넣으면 넣을수록 그 칩의 용도는 컴 퓨터뿐만 아니라무선전화기나 호출기로까지 확장된다.앞으로는 메모리칩이 들어가지않는 전자제품을 상상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윈도우95와 세가의 신형게임기등도 더많은 메모리칩을 요구하고 있다.근래들어 메모리칩 생산업체들은 한번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이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그러나 메모리칩 생 산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호황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새로운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80년대에는 미국기업들이 일본기업들에 밀려났지만 이제는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들에 뒷덜미를 잡혔 다.
일본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수익의 30~55%를 재투자하는등 물량공세를 앞세운 한국기업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대만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한국과 대만으로부터 협공을 받아 한때 80%에 이르렀던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3년내 5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금 상황은 마치 설탕이 엎질러져 있는 것같다.당장은 기분이 좋지만 머지않아 사방에서 개미떼가 몰려오면 설탕은 순식간에바닥나고 말 것이다.』 日NEC사의 마추 시게키 부사장의 말은일본기업의 위기감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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