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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열돌맞은 화랑미술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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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미술제의 성공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미술품 견본시장(見本市場)으로 새로운 변신을 선택할 것인가.
올해 10년째를 맞은 화랑미술제는 관객동원등 외형적 성공과는달리 장기발전을 위해 새로운 결정을 내릴 시기를 맞은듯 보인다. 지난 25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95화랑미술제가 예년처럼 풍성한 볼거리를 갖고 개막됐다. 한가람미술관 전관을 사용한 80개부스는 국내외 작가 1백46명의 작품들이 내걸렸다.그 내용은 과거 어느 해보다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으며 화랑마다 출품작가들의 성격도 분명하다는평을 들었다.
또 로비에 장식된 백남준(白南準)씨의 대형비디오작품이나 개막식에 이어 열린 홍신자(洪信子)씨의 이벤트 역시 이 행사가 한여름에 볼만한 문화이벤트임을 충분히 확인시켜 주었다.
화랑미술제는 올해도 예년과 같은 수의 관람객 동원을 예상하고있다.지난해 화랑미술제 10일동안의 관람객은 7만여명.화랑협회측은 올해도 비록 늦장마의 영향이 있더라도 그정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랑미술제가 겉으로 볼때 볼거리 많은 화제성 미술전시행사라는데 더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화랑미술제가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이유 가운데가장 큰 지적은 화랑미술제의 모호한 성격에 있다.
당초 화랑미술제는 화랑간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미술축제를 겸해화랑견본시장을 시험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그러나 화랑미술제가 미술축제로서 착실히 외형성장을 거듭하는 것과 동시에 미술계 전반도 질적.양적 발전을 거듭해 거꾸로 구태의연한 화랑미술제 성격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개 화랑의 매출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르며 한점에 수억원하는 작품을 다루는등 미술계의 여건이 10년전과 판이하게다른데 80개의 화랑이 한 장소에 모여 일제히 전시를 개최하면서 이것은 판매와는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더이 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점은 화랑미술제가 젊은 작가들의 값싼 개인전 장소로 변질돼가고 있다는 비난과도 맥이 닿아있다.실제 참가화랑의 반이상이 젊은 작가들의 시장성을 떠보기 위한 리트머스시장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피아크 등 해외 미술품견본시장에 자주 참가해왔던 모화랑의 L씨는 이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화랑미술제의 마케팅전략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그이유로 화랑간의 경쟁보다는 서로 감추고 견제하는 이상한 분위기를 꼽았다.실제 참가하는 많은 화랑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일급작가의 작품은 화랑미술제에 내놓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한국화랑협회 권상능(權相凌)회장은 『화랑미술제가 10년을 맞아 본격적인 견본시장으로 발전할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고말한다.그러나 그는『화랑간의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실현에는 많은 토론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화랑미술제가 실질적 미술품견본시장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운영을 맡을 별도의 전문단체다.그리고 둘째는 견본시장의 수준유지를 위해 참가자격의 엄격한 심사다.그러나 이런 조건은 일부 영세화랑이나 지방 화랑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예상돼 쉽게 채택될 수 없을 것이란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강요받는 화랑미술제 주최측의 딜레마가 되고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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