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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정치바람③] 욕설비방글 개선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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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사이버 공간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이 기회에 이같은 비방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친노냐,반노냐'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는 데는 논리나 합리성을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서로를 자극하는 욕설과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도덕이나 예절은 찾아 볼 수 없다.

더구나 최근 탄핵 관련 TV토론 출연자의 경우 네티즌의 벌떼 공격에 홈페이지가 다운 되거나 뭇매를 맞기 일쑤다. 이같은 패륜적인 네티즌들의 공격때문에 출연해야할 토론자들이 몸을 사릴 정도다.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고속통신망(브로드밴드)은 세계 1위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을 바람직한 비지니스 모델로 활용하는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인터넷 활용도를 따져봤을때 10위권 밖이다.바로 상대방에 대한 저질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며 필요없는 에너지를 인터넷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제도적 보완 보다는 네티즌 사이에 '네티켓(네티즌+에티켓)을 지키자'는 자정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또 미디어 관련 사이트의 경우 선진 언론들 처럼 자체적인 인터넷 윤리 규정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터넷 전문가인 아이네트 신중현 사장은 "인터넷 비방 문화를 제도와 법률로 단속하는 것은 무리"라며 "미국의 경우 90년대 중반 한국과 똑같은 경우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네티즌 사이에 자정운동이 일어나 해결했다"고 말했다.미국의 경우 인터넷에서 서로를 헐뜯는 글이 들끓으면서'flame(fire+blame)'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준기 교수는 "비난 글이 쏟아지는 게시판이나 카페의 경우 관리자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독자가 무조건 글을 입력하는 것보다 게시판 관리자가 한번 걸러낸 뒤에 올리는 방법이 당장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의 인터넷뉴스는 댓글에 대한 윤리규정을 만들어 네티즌에게 공지한다.댓글도 기사가 아닌 사설에만 달게 한다는 것이다.이교수는 "모든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게 할 필요가 있는지 미디어 사이트에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비방 문화는 인터넷을 인프라와 기술 차원으로만 급하게 육성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소위 네티켓이 형성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외형만 급속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정부 주도로 인터넷을 육성하면서 상대적으로 인터넷 문화에 대한 관점이 소외됐었다"며 "여기에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토론 문화의 부재가 인터넷 비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장은 인터넷 비방 문화의 개선에는 극약 처방이 아니라 학교와 미디어 등에서 토론 교육을 강화해야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 선거법에 포함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다.전문가들은 제도와 법률로 비방 문화를 단속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것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사전 검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침해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언론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인 토론과 의견수렴을 제한해 언론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인터넷 실명제와는 달리 해당 미디어 사이트에 사전 회원 등록을 한뒤 회원 ID를 사용해 댓글을 올리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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