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실용주의로 한·일 관계 발전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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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1일 “(한·일 간) 역사의 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미래를 향한 협력이 더 이상 미뤄져서도 안 될 것”이라며 “나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자세로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도쿄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부부의 초청 만찬에 참석해 이같이 말한 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관계만큼이나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일본 왕궁으로 찾아가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면담한 자리에서 일왕이 “발틱 3국과 영국을 둘러봤다”고 말하자 “가까운 아시아도 순방하시라”며 간접적으로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아키히토 일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일본은 경제연계협정을 뜻하는 EPA) 협상 재개를 검토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6월 중 개최키로 합의했다. 또 한·일 양국 간 부품·소재산업 분야의 교류 확대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담당 정부기관 간 정책 대화를 신설하고 국내에 부품·소재 전용공단 설치를 적극 검토했다.

두 정상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셔틀외교 복원 등 정상외교 활성화 ▶교류 확대 ▶균형 있는 경제협력 강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대기오염·에너지·환경 분야에서의 국제사회 협력 강화 등 5개 의제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후쿠다 총리가 올 하반기 방한하며 이 대통령은 7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G8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일본에서 연내에 개최키로 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핵·미사일 등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일·북 국교 정상화를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개방화시켜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향후 3년간 새로 1500명을 지원하는 ‘한·일 대학생 교류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한·일 간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하려면 젊은 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한·일 간 취업관광 사증제도(워킹 홀리데이 비자 프로그램)의 참가자 상한선을 2009년엔 현재의 두 배인 연간 7200명으로, 2012년엔 1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취임 뒤 6박7일간의 첫 해외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밤 늦게 귀국했다.

도쿄=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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