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대통령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미래 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21일 한·일 정상회담은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공동의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며 “큰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한·일 신협력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일·한 관계는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만큼 좁은 강)”라며 “양 국민의 마음의 소통과 번영을 위해 땀 흘리자”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각론엔 신경전이 있었다. 후쿠다 총리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세 차례나 언급하며 ‘6월 중 실무협상’을 못 박으려 했다. 이 대통령은 그때마다 “부품·소재 산업 분야의 실질적 교류·협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의 말로 확답을 피해 갔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선임되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재일교포 참정권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후쿠다 총리는 “(참정권 문제는) 골치 아픈 사안…”이라면서도 얼굴엔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두 정상은 이후 공동기자회견장에 섰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핵,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나.

(후쿠다 총리) “이 대통령으로부터 ‘비핵·개방 3000’ 정책의 설명을 들었다. 이 정책은 납치, 핵, 미사일 문제 등 제반 현안을 해결하고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우리 정책과 맥을 같이할 수 있다. 한·일 정상 간 지금까지보다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일 간 협력, 나아가 미국과 협력해 북한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독도나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경우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가 실효성을 거두겠나.

(이 대통령) “그 질문이 안 나왔으면 했는데 나왔다. 한·일 관계는 먼 과거 역사를 우리가 항상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받아선 안 된다.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는 일본이 그 문제에 대해 할 일이고, 우리가 미래로 가는 데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 정치인은 가끔 거북한 발언을 한다. 그러나 정치인이 발언하는 것을 일일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과거가 되풀이되는 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왕의 방한을 초청했나. 한·일 FTA 협상이 중단된 것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이 대통령) “ 원론적으로 일본 천황이 굳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일 관계에서 경제 문제를 보면 부분적으로 격차가 많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격차를 그대로 두고 (FTA를) 하면 더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한국 측 염려도 있다. FTA 문제를 협상하기 이전에 기업 간 문제, 취약한 부분에 있어서의 상호 협력이 전제가 되면서 양쪽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 나가야 된다.”

-한·일 간 무역역조가 심각하다.

(후쿠다 총리) “일본과 한국의 기업 간 협력, 경제연계협정(EPA)·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와 관련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EPA, FTA 진전을 통해 한·일 간 경제 문제라는 게 해소되는 것이 아닌가 기대한다.”

이날 회담은 총리 관저에서 오전 9시40분부터 10시55분까지 1시간15분간 열렸다. 당초 계획보다 5분 짧아졌다.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20분 이상 길어진 것과 달랐다.

도쿄=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