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 한국서 생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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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형 중국 승용차’가 내후년께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한다. 중국에서 개발한 차지만 한국에 맞는 부품을 채택해 한국에서 생산한다.

쌍용자동차의 최형탁 사장은 20일 중국 베이징 신국제전람센터의 베이징 모터쇼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상하이차의 준중형 세단 ‘로위(ROWE) 550(사진)’의 플랫폼을 한국에 가져와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생산 시점은 당초 예정(2009년 하반기)보다 조금 늦은 2010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차는 중국 최대의 자동차 업체이자 쌍용차의 대주주다. 로위 550은 상하이차가 영국 로버를 인수한 뒤 독자 개발한 모델로, 이날 모터쇼장에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1.8L 엔진을 장착한 준중형 세단이다.

한국에서 팔릴 로위 550은 중국과 플랫폼만 같은 ‘한국형 로위’다. 최 사장은 “엔진과 변속기 같은 주요 부품은 중국산 로위와 같지만 일부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옵션도 한국에 맞게 바꾸겠다”고 했다. 국내 경쟁 모델은 현대 아반떼다. 중국 차가 한국에 들어온 적은 없지만, 로위 550이 아반떼보다 큰 데다 값은 쌀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1980, 90년대에 기술이 달려 일본 플랫폼을 들여와 ‘한국형 일본 차’를 만들었다면, 이제 쌍용차는 가격경쟁력을 고려해 중국 차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로위 550뿐만 아니라 상하이차의 다른 모델도 속속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상하이차 산하 업체들은 신차를 공동 개발하고 생산은 나라별로 하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지향한다. 다른 모델도 이런 시스템 아래서 생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위 550만 해도 영국·중국·한국의 세 회사가 함께 개발했다. 엔진 등 주요 플랫폼을 만드는 걸 주도한 곳이 쌍용차였다.

최 사장은 이날 모터쇼의 상하이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체어맨W를 직접 타고 무대에 등장했다. 체어맨W는 올 하반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그는 “중국 토종 브랜드 중엔 이런 급의 차가 없다.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에 도전해 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쌍용차는 체어맨W의 중국 판매가격을 한국보다 낮게 책정하기로 했다. 체어맨W 3.6L 기본형의 한국 판매가는 5950만원. 중국에서는 3.6L 모델을 이보다 싸게 공급하고, 내년엔 배기량이 더 작은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베이징=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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