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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정·오륙도…남편만 믿고 살기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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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주부 창업이 늘고 있다. 물가 상승, 교육비 증가로 남편 혼자 벌어서는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자녀를 교육하기 어려워진 가정이 많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자아성취를 해보려는 주부들의 욕구가 커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창업 선배들은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창업자금은 얼마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소득을 원하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각기 다른 규모와 아이템으로 창업에 성공한 세 주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등학생 자녀 키우며 남는 시간 이용=충북 제천시에서 친환경 실내향기관리업 ‘에코미스트’(www.ecomist.co.kr)를 운영하고 있는 황상순(36·사진 오른쪽 아래)씨는 자녀 두 명을 키우며 하루 5∼6시간을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월 200만원 정도의 짭짤한 순익을 얻는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뒀지만 둘째 아이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다시 일해보기로 맘먹었다. 그가 선택한 에코미스트는 사무실·병원·유치원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달마다 천연향을 다시 채워 주는 사업. 무점포로 운영해 1000만원 정도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근무 시간을 제 스케줄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 아이들 학교 행사가 아무리 많아도 빠짐없이 참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오전 10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오후 3~4시, 자녀들이 귀가할 시간에는 집에 돌아와 간식거리나 학교 과제물을 챙겨 주고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저녁 8~9시쯤이면 다시 카페·노래방 등 저녁에 문을 여는 업체들을 방문한다. 그는 “일단 거래처가 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매월 리필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누적되는 점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자녀 학원비·유학자금도 마련=서울 노량진동에서 스파게티 전문점 ‘솔레미오’(www.솔레미오.kr)를 운영하는 이양님(41·사진 왼쪽)씨. 첫째가 중학생이 되는 내년부터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지만 벌이가 마땅치 않았다. 인터넷·신문·창업박람회 등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던 이씨는 한 신문기사에 눈길이 갔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우리 입맛에 맞는 스파게티를 결합한 솔레미오의 성공사례였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점포비를 제외하고 1억5000만원을 들여 노량진 학원가 한복판에 125㎡ 규모의 가게를 열었다. 프랑스 프로방스 풍의 인테리어와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한 스파게티 요리가 인근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원비 걱정에 창업하게 됐는데 이제는 유학도 보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사에 자신이 생겼어요.” 월 평균 매출은 2500만~3000만원, 월 평균 순익은 600만~800만원 수준이다.

◇남편과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부산 괴정동에서 보쌈 전문점 ‘원할머니보쌈’(www.bossam.co.kr)을 운영하는 최혜숙(52·사진 오른쪽 위)씨는 노후대비를 위한 재테크 차원에서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안정성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최근 1년 반 동안 대전에서 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원할머니보쌈에서 일해보니 기간 내내 매출에 기복이 없었다. 최씨는 모아둔 자금과 은행 창업대출을 통해 점포비를 제외하고 2억원을 들여 264㎡ 규모의 음식점을 열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특별히 홍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었다.

그는 “상차림이 간편하고 본사에서 주재료인 고기와 소스 등을 반가공 상태로 공급해 주기 때문에 50대 주부가 운영하기에도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은 7000만원, 월 평균 수익은 1100만원 정도다.

문병주 기자

■전문가 한마디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서 가사 분담 협조 얻어야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살리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구매 결정권자가 여성인 사업 아이템을 파악하고 창업하면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 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상담하기에도 유리하다. 아이템을 고를 때는 운영하기 편하면서도 시간활용이 자유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다거나 커리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런 아이템은 대부분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단 투자비가 적다고 해서 수익성을 검토하지 않고 쉽게 시작해서는 안 된다. 기왕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창업 시 대출 등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족의 동의를 구하자. 주부 창업자는 가사와 사업을 모두 완벽하게 하기 힘들다. 사전에 가족들에게 양해를 얻어 가사 분담의 협조를 얻어야 장기적으로 차질 없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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