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孔柄淏씨 글을 보고-魚자원의 특성과 조업구역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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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발생한 멸치잡이 어선(권현망어선)의 해상시위사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왜 이 넓은 바다에 조업구역을 정해 그곳에서만 고기를 잡도록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이렇게국가가 魚자원의 이용에 대해 제한을 가하게 되는 것은 어자원이공유재산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누구든지,어디서나,어떤방법을 통해서도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많은 어업자가 경쟁적으로 조업에 나설 것이고 급기야는 어자원을 고갈시키고말 것이다.
어업은 어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으로서 어자원이 없으면 어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어 경제적 생산이니,효율성 제고니 하는 논의가 무의미하게 된다.따라서 어업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첫째가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어자원을 유지하는 것이고,이러한 바탕위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를 어획할 수있는가는 그 다음의 문제다.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어자원 유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조업규제를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규제는 더욱 까다로운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권현망어업의 조업구역 규제도 그 필요성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멸치를 비롯한 대부분의 어류는 내만(內灣)가까운 곳에서 산란을 하고 여기서 서식하기 때문에 멸치자원 자체는 물론 멸치를 먹이로 하는 다른 어자원의 보 호를 위해서도 조업구역을 인위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이밖에조업구역 규제는 지역간 형평성과 어업간 조업분쟁예방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그중 전자는 독과점을 방지하고,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함으로써 산업이 균 형적으로 발전할 수있도록 정부가 개입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멸치를 잡을 수 있는 조업구역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기술이나 자본에서 앞선 지역의 어업자가 그렇지 못한 지역의 어업자를 축출함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 이다.
이런 점에서 혹자는 조업구역 규제가 자유경쟁을 통한 어업발전이라는 시장 경쟁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은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볼때 지역간 균형발전이 형평성 제고 외에 효율성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흠이 있다.다음,조업구역 규제가 어업간 조업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다양한 어업이 존재하고 어장면적에 비해 어선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업에 있어 일정한 어자원의 유지는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효율성 추구 이전의,어업이라는 산업의 존립을 위한 전제조건이다.따라서 이번 사건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조업구역 규제라는 본질적 문제는 결코 퇴색되어서는안된다.다만 지역간 형평 성 추구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설정된 어업허가 건수나 조업구역의 면적이 적정한가 하는 문제는 이와는 별도로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어자원 관리정책은 그목표의 달성여부와는 별개로 방향 자체는 올바르다고 본다.어자원의 고갈 위험성을 간과하고 효율성 제고만을 추구한다면 그 정책은 어자원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하나의 이상론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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