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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U대회 개막식 지나친 일본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23일 밤 후쿠오카돔구장을 현란한 빛과 소리,군무(群舞)로 수놓은 95후쿠오카 여름유니버시아드 개회식행사는 지나치게 「일본적」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좁은 공간임에도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세트시설,상상을 초월하는 프로그램의 전개,레이저빔등 첨단장비를 동원한 영상쇼는 이를지켜본 1백63개국 선수단의 찬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이를 위해 대회조직위원회가 무려 10억엔의 예산을 들여 3년 가까이 준비해온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다.
실제로 이 대회 개최를 위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대회조직위원회는 나루히토왕세자를 명예총재로 위촉했는가 하면 세계굴지의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회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영입,막대한 자금과 조직력을 동원해 역대 가장 풍성한 대회 로 준비해왔다.심지어는 1억4천만엔의 별도기금을 마련,무려 73개국에 출전자금을 대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회식행사는 대회조직위가 당초 의도한화합과 우정의 축제무대를 꾸미는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예술성만을 앞세워 「깜짝쇼」식의 외양만을 강조했을 뿐 정작 중요한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아사히.요미우리등 일본유수의 신문들마저도 큰 지면을 빌려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프로그램의 난해성을 꼬집고 나설 정도다.
그러나 이보다도 이날 보인 대회조직위원회의 무감각과 오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매끄러운 진행과는 달리 식전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은 세계공용어라 할 영어통역없이 오로지 일본어만을 외쳐댔는가 하면 급기야 관중들이 함 께 참여하는응원프로그램에서는 스탠드의 외국인에게마저 기립해줄 것을 요구하는등 일방통행식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그뿐만이 아니다.행사만을위해 통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마구 쏘아대는 폭죽세례나 TV중계를 이유로 사진촬영을 제한한 것 역시 전혀 남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횡포였다.
[후쿠오카=全鍾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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