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브랜드 장사’ 언제까지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8호 30면

등산복과 넥타이는 전혀 다른 사업으로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라이선스 사업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제품은 국내 업체가 만들지만 거기에 붙이는 브랜드는 외국 것이란 얘기다. 국내 업체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외국 회사에 사용료(로열티)를 내고 제품을 생산한다. 브랜드만 외국 것일 뿐 상품 기획부터 생산·판매까지 전 과정이 한국 업체에 의해 이뤄진다.

현장취재

하지만 그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브랜드만 보고 외국산이라고 여겨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나 넥타이 브랜드 ‘닥스’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로선 속은 기분이겠지만 제품의 질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국산이라고 해서 수입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등산용품은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해 만든 국산품이 훨씬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본사에서 국내산 제품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등산복과 넥타이 업체들이 라이선스 사업을 하려는 걸까.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사업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마케팅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쉽다.

독자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려면 투자는 필수다. 세계 최고의 등산용품 회사로 이름을 얻고 있는 캐나다의 아크테릭스는 1989년 만들어졌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기능성으로 단기간에 세계 등산복 시장의 정상에 섰다. 이탈리아 넥타이업체 에르메스의 명품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매 시즌 독창적인 색상과 디자인으로 새로운 유행을 제시한다.

섬유ㆍ신발이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덜미를 잡힌 상태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라이선스 사업에만 힘을 기울인 탓이다. 물론 트렉스타처럼 세계적 등산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브랜드도 있다. 바로 꾸준한 마케팅과 제품 개발이 거둔 성과다.

세계 시장은 만만하지 않고 섣불리 도전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브랜드를 확보하지 않고선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진다. 라이선스 브랜드라고 해서 외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