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대여성보호시설>下.사회의 무관심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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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경기도 A병원 영안실. 이번 사고로 10대 딸이 숨진 소식과 함께 딸이 생전에남기고 간 편지를 전해받은 L씨는 편지들을 슬쩍 읽어보고는 그냥 호주머니속에 넣었다.그리고 혼잣말을 하며 무덤덤하게 등을 돌렸다. 『복도 더럽게 없구먼.』 예상을 벗어난 충격적인 반응이었다. 가출소녀.윤락녀.미혼모등 문제여성들은 가정에서 버림받아 사회의 보호막이 절대 필요하지만 사회도 이들에게 등을 돌리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대다수 소녀들을 결국 윤락이나 각종 범죄의 덫에 걸리게만드는 첫번째 일탈행동이랄 수 있는 가출에 대한 사회의 보호막은 하나도 없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소속의 윤락여성 재활조직인 「한소리회」윤문자(尹紋子.여.감리교 목사)총무는 『나이 어린 윤락녀의 경우 부모에게 꾸중을 듣는등 이유로 일시 가출했다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등 선진국의 경우 이들 가출여성이 별다른 간섭을 받지않고며칠씩 머무르다 마음을 정리한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쉼터(shelter)가 있다.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개념의 귀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이 전무하다.
문제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지나치게 싸늘한 시선도 문제다.무관심에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 죄인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보건복지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여성단체가 8개가 있으나 윤락녀.가출소녀등의 문제는 관심권 밖이다.
이들 단체의 주요 관심사는 여성의 정치적 지위향상.보육시설의확보.취업증가.모자보건.성폭력 추방등이다.문제여성들은 같은 여성들로부터도 「소외」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재활.사회복귀에 관심을 쏟는 곳은 교회여성연합회등 몇군데뿐이다.이 단체 소속 한소리회는 의정부.동두천등 윤락여성 집결지의 재활자치조직 14개회로 구성돼 재활을 바라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있다.
또 성(性)을 거래대상으로 생각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그릇된 사고방식은 문제해결은 커녕 오히려 심화시키는데 한몫 한다.
특히 입으로는 「복지」를 외치면서도 인색한 예산지원으로 부녀복지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정부의 인식부족은 심각하다.
올해 22곳 직업보도소등 부녀시설 지원예산은 47억8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억여원이 늘었다.그러나 이는 일부건물 신.증축,물가상승에 따른 운영비 보전에 불과하다.특히 교육기자재 확충,프로그램개선등 부녀선도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약 5억원이나 뭉텅 깎였다.
보건복지부 김명숙(金明淑)가정복지심의관은 『부녀복지 문제는 심각성에 비해 너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사회.국가의 복지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문제여성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가정파괴」현상을 방지하는 데 우선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와함께문제여성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한 종합적.체계적인 「생애전환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泳燮.洪 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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