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책읽기] 일본에서 양당 정치는 꽃피울 수 없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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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政權交代(정권교체)
이타가키 에이켄 지음,
도쿄,
258쪽, 1575엔

일본 자민당의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정권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7월 선거를 통해 참의원의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면서 자민당은 아무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는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물가 폭등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국민연금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인기는 24%(마이니치 신문)까지 하락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제 ‘결전의 시기’가 왔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은 언제라도 총리 권한으로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 이어 총선을 통해 야당이 여당을 누르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후쿠다 총리는 올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 정상회담과 외교 일정을 내세우면서 중의원 해산 압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본의 정치평론가 이타가키 에이켄(板垣英憲)은 『정권교체:오자와 이치로 최후의 결전』에서 오자와가 품어온 정치개혁의 꿈과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저자는 일본에서 정권 교체가 어려웠던 배경부터 진단한다. 그 이유를 1955년 출범한 자민당과 유권자의 공생 관계에서 찾았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발전 정책과 공공사업을 통한 재정확대 정책을 추구하면서 자민당은 유권자에겐 없어선 안될 돈줄이자 정치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자민당의 통치방식은 1992년 버블경제가 본격적으로 꺼지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개발도상국이 바짝 추격해오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 때문에 도로 공사에 돈을 뿌리는 재정 확대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총리 관저를 오랫동안 출입한 기자 출신의 저자답게 돈과 정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의 묘미를 더하는 것은 오자와에 대한 철저한 인물 탐구다. 오자와는 중학교·대학교·변호사 시험 등 인생에서 세 번의 쓴맛을 봤다. 저자는 이런 경험이 오히려 오자와에게는 정치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있다. 자민당에서 간사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던 오자와는 93년 탈당의 길을 선택했다. 파벌끼리 돌아가며 총리의 얼굴만 바꾸는 자민당 체제로는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한 오자와는 중선거구제 폐지에 나선다. 중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5~6명이나 뽑기 때문에 자민당 의원에겐 당락은 문제가 아니었고, 야당도 한 두 명은 뽑히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였다.

오자와는 “중선거구제를 하는 한 자민당의 영구 집권이 가능해지고, 일본의 정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역설하면서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소선구제 도입을 주창했다. 그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연립정권 때 이 주장을 관철해 94년 소선거구제를 도입했다. 이후에도 그는 신진당과 자유당을 창당해 자민당 체제 타도에 나선다. 하지만 철새처럼 정당을 만들고 옮겨 다니면서 일각에서는 오자와를 독불장군이나 돈키호테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자와가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정치적 이상향이 미국와 영국 등 정치 선진국의 양당 제도라는 점을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이 한 번 집권하면, 혁신 성향의 야당이 정권을 넘겨받는 2대 정당체제의 실현이야말로 일본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이타가키 에이켄 (板垣英憲·62)

저술·강연 활동이 왕성한 정치경제평론가. 주오(中央)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입사해 총리 관저를 출입하면서 정치권의 심층부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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