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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죄인은 백 5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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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6보(56~68)=젊은 기사들은 수사관처럼 필름(바둑 한 판)을 되돌려보고 또 돌려본다. 범죄자를 찾듯 이 잡듯이 뒤진다. 그 레이더망에 56이 걸려들었다. 대국 당시엔 으레 그렇게 되려니 싶었던 수. 박영훈 9단도 일상의 감각에 따라 그렇게 두고 말았던 수.

56으로 몰면 62까지는 외길. 기분 좋게 백진을 눌러버린 흑은 63으로 대마에 안전장치를 해두고 서둘러 우하의 쟁처로 떠났다. 누누이 언급했듯이 우하야말로 급한 곳이었다. 당장의 생사 때문에 숨 돌릴 겨를이 없었지만 두 기사 모두 속으로는 한시 바삐 이곳으로 가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곳을 흑이 차지한 것이다. 이세돌 9단은 65, 67을 두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이 흐름을 저지할 수는 없었을까. 있었다. 지금은 백△가 축머리 역할을 하고 있어 좀 더 강력한 수가 가능했다.

그 수가 ‘참고도1’ 백1의 젖힘이다. 흑2로 곱게 받아준다면 백7까지 실전과는 대차가 난다. ‘참고도2’ 흑2, 4로 반발하는 수도 11에서 수 부족. 김지석 4단은 이 수순을 보여주며 “상대는 이세돌 9단이니까 뭔가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어떤 싸움도 백이 해볼 만할 것이다”고 말한다.

수순 중 64는 손을 뺄 수 없다. 백이 A로 두는 수가 있어 바로 큰 수가 나버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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