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개전 1주년] 中. 끝없는 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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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 실업률이 60% 이상으로 알려진 이라크 내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 미군기지 노무자 모집에 지원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라크인들. [바그다드=서정민 특파원]

이라크 개전 1주년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바그다드 중심가 마운트 레바논 호텔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7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 1년 전 '충격과 공포'속에 전쟁이 시작됐으나 이라크는 아직도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겉보기에 이라크는 안정을 회복한 것 같다. 하지만 17일처럼 언제라도 총성과 폭발음이 터져나온다. 지난 8일 임시헌법이 통과됐지만 주권이양, 정부수립, 권력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해방과 총성=지난해 4월 이라크인들은 해방의 기쁨으로 전국의 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지금은 끊이지 않는 총성과 폭음 탓에 이라크의 거리는 해가 지자마자 인적이 끊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지난해 5월 1일 이후 15일까지 270명의 미군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기타 연합군 70여명도 반점령 세력의 공격에 희생됐다. 저항세력의 공격은 아직도 하루에 20여차례 발생한다. 전후 이라크인들의 사망자수는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 개전 1주년을 사흘 앞둔 17일 저녁. 바그다드 중심가 마운트 레바논 호텔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17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 1년 전 '충격과 공포'속에 전쟁이 시작됐으나 이라크는 아직도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겉보기에 이라크는 안정을 회복한 것 같다. 하지만 17일처럼 언제라도 총성과 폭발음이 터져나온다. 지난 8일 임시헌법이 통과됐지만 주권이양, 정부수립, 권력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해방과 총성=지난해 4월 이라크인들은 해방의 기쁨으로 전국의 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지금은 끊이지 않는 총성과 폭음 탓에 이라크의 거리는 해가 지자마자 인적이 끊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지난해 5월 1일 이후 15일까지 270명의 미군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기타 연합군 70여명도 반점령 세력의 공격에 희생됐다. 저항세력의 공격은 아직도 하루에 20여차례 발생한다. 전후 이라크인들의 사망자수는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외부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대규모 자살폭탄테러도 매달 서너차례 이상 연합군.경찰.민간인.외국인들을 노리고 있다. 약 13만명의 연합군과 이라크 군경 5만명이 치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새로운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한 치안회복은 아직 달성되지 않고 있다. 연합군 주둔지역, 외국인 투숙 호텔 등에 설치된 두꺼운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은 점점 높아가고 바그다드 내 티그리스강 위의 일부 교량들은 아예 통행이 금지됐다.

◇자유와 갈등=전후 이라크의 가장 큰 변화는 '자유'다. 표현의 자유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이라크에는 이미 250여개의 정당이 만들어졌다. 시민.종교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라크인 누구도 연합군이 가져다준 자유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이 해방 후 경험했던 바와 같이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민족.정파.종파 등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권력투쟁이 심화하고 그들의 충돌은 이제 '우려할'수준이다.

다수인 시아파 지도자가 암살되고 종교축제에 대규모 테러가 발생,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를 보복하기 위한 일부 시아파 과격세력의 수니파 종교지도자 암살도 반복되고 있다.

자치권을 확보하고 향후 독립국가를 달성하겠다는 쿠르드족의 분리 움직임은 이미 이라크 정국의 최대 난제로 등장했다. 한국의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는 쿠르드족.아랍인.투르크멘족 간의 '각축장'이 됐다. 민족 간의 내전 혹은 대충돌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개방과 더딘 경제재건=경제제재 아래 배급정책을 실시해 왔던 후세인 정권에 비해 전후의 개방경제는 이라크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도시 지붕 위에는 한국제 위성안테나가 빽빽하게 들어섰고 한국제 중고 자동차들이 각종 '상호'를 그대로 단 채 거리를 누빈다.

그러나 상당수 이라크인들은 아직 불만족스러워한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생활의 질도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거리 곳곳에는 파괴된 건물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석유 부자 이라크의 주유소들에는 아직도 반나절을 기다려야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치안부재와 사보타주로 전반적인 재건 계획의 추진도 늦어지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미국이 전후복구 계획을 가지고 있었느냐"라고 꼬집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저항세력의 활동이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은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외부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대규모 자살폭탄테러도 매달 서너차례 이상 연합군.경찰.민간인.외국인들을 노리고 있다. 약 13만명의 연합군과 이라크 군경 5만명이 치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새로운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한 치안회복은 아직 달성되지 않고 있다. 연합군 주둔지역, 외국인 투숙 호텔 등에 설치된 두꺼운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은 점점 높아가고 바그다드 내 티그리스강 위의 일부 교량들은 아예 통행이 금지됐다.

◇자유와 갈등=전후 이라크의 가장 큰 변화는 '자유'다. 표현의 자유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이라크에는 이미 250여개의 정당이 만들어졌다. 시민.종교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라크인 누구도 연합군이 가져다준 자유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이 해방 후 경험했던 바와 같이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민족.정파.종파 등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권력투쟁이 심화하고 그들의 충돌은 이제 '우려할'수준이다.

다수인 시아파 지도자가 암살되고 종교축제에 대규모 테러가 발생,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를 보복하기 위한 일부 시아파 과격세력의 수니파 종교지도자 암살도 반복되고 있다.

자치권을 확보하고 향후 독립국가를 달성하겠다는 쿠르드족의 분리 움직임은 이미 이라크 정국의 최대 난제로 등장했다. 한국의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는 쿠르드족.아랍인.투르크멘족 간의 '각축장'이 됐다. 민족 간의 내전 혹은 대충돌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개방과 더딘 경제재건=경제제재 아래 배급정책을 실시해 왔던 후세인 정권에 비해 전후의 개방경제는 이라크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도시 지붕 위에는 한국제 위성안테나가 빽빽하게 들어섰고 한국제 중고 자동차들이 각종 '상호'를 그대로 단 채 거리를 누빈다.

그러나 상당수 이라크인들은 아직 불만족스러워한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생활의 질도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거리 곳곳에는 파괴된 건물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석유 부자 이라크의 주유소들에는 아직도 반나절을 기다려야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치안부재와 사보타주로 전반적인 재건 계획의 추진도 늦어지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미국이 전후복구 계획을 가지고 있었느냐"라고 꼬집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저항세력의 활동이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은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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