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민족 철학자대회 95」(대회장 서울대 철학과 김여수교수)가 국내외 철학자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연세대 1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인간다운 삶과 철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참 석자들은 인간다운 삶과 관련해 제기되는 「민족문화」「과학기술」「미래의 가치」등 3개 소주제별로 분과를 이뤄 그에대한 철학적 반성과 대안창출을 시도했다.각 분과위에서 발표됐던 주요 논문과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세계화를 서양화,세계문화를 서양문화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세계문화가 곧 서양문화일 수는 없다.세계문화의 특징은 「보편」이며,각 민족문화를 하나로 끌어안는 「포용성」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계」란 개념은 특수를 희생하고 특수와 모순을 일으키는 「이성-합리-보편」,다시말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를 요구하는 보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이와같은 특수와 보편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개발해야 한다.그렇다면 「세계」라는 개념 대신 각 민족의 문화가 주체성을 가지고 세계문화의 핵노릇을 할 수 있는 「지구촌」개념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민족문화와 세계문화가 융합가능한 지구촌개념은 여러 논리로 설명될 수 있으나 노장사상.화엄불교.유교의 위기지학(爲己之學)등과 같은 동양사상에서 보다 잘 설명되고 있다.화엄불교에서 「별상(別相)-총상(總相)」의 관계와,동양철학에서 근 본구조를 가리키는 체(體)와 그것의 구체적 모습을 가리키는 용(用)의 결합인 「체용(體用)」개념이 그것이다.
요컨대 지구촌 개념이란 민족문화와 세계문화가 공존공생하는 관계로 엇물려 있다는 전제아래 성립되는 개념이다.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민족문화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경우 그것이 곧 보편적인 세계문화가 될 수 있 다는 것이다.그러나 힘의 논리에 의해 각 민족문화를 파괴하는 보편성은 「문화적 패권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따라서 생명현상으로 성장.발전.변화하는 「개체」야말로 이성.합리.보편 이전의 개념이며 이들은 개체로부터 생겨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