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지대여성보호시설>上 숨막히는 교육-사회적응 도움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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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을 계기로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소외지대에 방치돼온 윤락녀.가출소녀.미혼모등 문제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와함께 이들에 대한 인권문제,사회복귀 교육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해 시리즈로 엮는다.
용인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은 부녀복지시설의 낙후되고 융통성없는 사회복귀 프로그램과 철없는 10대소녀들이 그 갑갑함에서탈출하려한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직전까지 수용돼있던 여성 1백38명 가운데 윤락여성은 1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모등이 위탁한 10대 비행소녀들이었다.보건복지부가 인천의 협성여자기술학원과 함께 이곳을 윤락여성 전용 부녀직업보도소로 꼽고있는 것과는 상 황이 사뭇 달랐다. 기술학원 관계자는 『몸에 문신을 새긴 아이등 문제 보호생 20여명이 반입이 금지된 담배.라이터등을 몰래 들여와 흡연을 하고 동료들을 구타하는등 내부에서도 비행을 저질렀으나 이렇다할 통제를 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때문에 이번 참사 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은 가혹행위등보다는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등 과거 윤락여성 중심의 교육프로그램과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교육방식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우리가 죄인취급을 받아야 합니까.사회에서 조금 흐트러진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왜 범죄자처럼 이중.삼중 철창에 갇혀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참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한보호생의 절규섞인 항변은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을 읽게 했다.
이같은 낡은 교육방식에다 교육내용의 낙후성은 보호생들이「수용-교육-사회복귀-윤락-재수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하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갇힌 교육」때문인지 62년 개원이래 이 곳을 거쳐간 4천9백80여명 가운데 자격증을 딴 보호생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사회에 적응 할 수 있게 한다는 교육내용이 허울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회보호가 필요한 여성은 윤락여성 4천9백2명,가출여성 3천5백89명,미혼모 1천7백60명,모자가정 5만4천19명등 모두 6만4천2백7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녀직업보도소는 전국에 22곳(수용정원 1천5백43명)뿐이며 현재 교육인원은 8백명정도다.정부가 예산등의 문제로 최소한으로 잡은 보호여성 숫자에 비춰서도 턱없이 부족하다.그나마 전북.경남북.제주도에는 이런 시설 조차 아예 없다. 그러나 윤락여성만 수용하는 부녀직업보도소는 두곳뿐이며나머지 20곳은 저소득층여성(10곳).미혼모(9곳).일시보호여성(1곳)을 위한 시설이다.
사회복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과목도 큰 문제다.1~12개월간의 교육기간중 아직도 양재.미용.한복.등공예등 사회에서그다지 필요없는 과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金泳燮.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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