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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해물 유혹에 … 어휴, 배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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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닉푸드란 사전적의미론 '민속음식'이지만 주로 인도·태국·베트남 등 제 3세계의 전통 요리를 말한다.

새벽잠이 없는 습관은 여행길에서 큰 행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어둠이 어슴푸레 걷히기 시작하면 툭툭이(방콕의 삼륜차)를 타고 새벽 시장으로 달려간다. 시장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활기차고 생기가 넘친다. 너무 싱싱해 차라리 채소밭이라고 부르고 싶은 채소들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듯하다.

물총 쏘듯 물을 내뿜고 있는 조개류와 큰 통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생선들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 아이들을 보는 듯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으음…, 저기 저 큰 새우는 톰얌쿵(태국식 새우수프)을 끓이고, 조개는 한 보시기 사다 모닝글로리를 넣고 볶아보자. 다리가 꽁꽁 묶인 게는 세 마리만 골라 팟 퐁 카리(게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볼까. 아니다. 이것 저것 다 사들고 가서 수키를 만들어 먹자." 끓이고, 찌고, 볶고, 머릿속이 분주하다. 좋은 식재료를 만나면 머릿속에서 먼저 요리를 하는 내 버릇이 또 나온다.

수키는 각종 야채와 육류.해산물.계란.당면 등을 끓는 국물에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 일본의 샤브샤브, 중국의 훠거탕, 싱가포르의 스팀보트와 흡사하다. 1950년대 중반 태국 내의 중국인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 확산돼 태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맛이 담백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나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콕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키전문점 'MK'나 'CoCa'를 자주 만날 수 있다. MK는 태국 전역에서, CoCa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볼 수 있다.

태국의 수키 식탁은 해산물 수출국답게 언제나 바닷속 용궁 잔치다. 새우.굴.오징어.꼴뚜기에 흰 살 생선으로 다양한 모양을 낸 피시볼. 여기에 영콘.초고버섯.만가닥버섯.청경채.모닝 글로리.배추.쌀국수.녹두당면.연두부.만두에 밥까지….

메뉴판을 보면 작은 접시에 각기 다른 재료가 담긴 사진이 빼곡하다. 물론 가격도 빠지지 않는다. 한 접시의 양이 적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선택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재료를 골라 주문하면 플라스틱 접시를 탑 쌓듯 높게 쌓아 한꺼번에 갖다 준다.

끓는 국물에 더디 익는 야채를 먼저 넣고 해산물을 넣는다. 살짝 익은 해산물과 잘 익은 채소를 구멍 뚫린 국자로 건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쇠고기를 시켰다면 끓는 국물에 두어번만 흔들어 익힌다. 동물성.식물성 식재료를 오가며 맛의 변화를 즐긴다.

국물에 빠뜨린 것들을 차례차례 다 건져 먹고 나면 국물에 죽을 끓인다. 밥알이 푹 퍼지도록 기다리면서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죽 완성. 달걀 한 개를 풀어 넣고 잘 저으면 새로운 요리 한가지가 다시 탄생한다. 배가 불러 못 먹을 것 같지만 용케 또 들어간다.

'죽 먹을 배를 남겨 놨어야 했는데…'하며 후회 하지만 매번 깊은 바닷속 잔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결국 과식하고 만다.

글=백지원(동남아요리전문가)

사진=변선구 기자

◆ 타이 수키 만들기(난이도=하)

▶요리시간=재료 손질만 40분, 조리는 식탁에서 셀프 쿠킹.

▶재료(4인분)=새우 4마리, 오징어 1마리, 대구살 혹은 도미살 150g, 굴 150g, 패주 4개, 산낙지 1마리, 꽃게 1마리, 청경채 2포기, 배추 속대 4잎, 양상추 60g, 부추 60g, 팽이버섯 1봉, 표고버섯 4개, 만가닥버섯 50g, 새송이버섯 2개, 녹두당면60g, 밥 1공기, 달걀 1개,

▶국물 재료와 만들기=닭육수 수입제품(치킨 브로스.1캔)을 물(6컵)에 섞는다.

▶소스 재료=홍방(두부를 매운 양념에 재워 발효시킨 소스) 3큰술, 스리라차 칠리소스 2큰술, 피시소스 2큰술, 라임즙 5큰술, 설탕 1큰술

▶소스에 곁들이는 재료=다진마늘 4큰술, 다진청양고추 4큰술, 고수(코리앤엔) 4줄기, 라임즙 4큰술

▶재료 준비하기=새우는 내장을 손질한 뒤 껍질을 벗긴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칼집을 넣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대구살 혹은 도미살은 한입 크기로 썬다. 패주는 얇게 네쪽을 내고, 굴은 소금물로 씻는다. 산낙지는 통째로 깨끗이 씻는다. 게는 등딱지를 떼고 손질한 뒤 4등분해 자른다. 모든 채소는 깨끗하게 씻은 뒤 알맞는 크기로 썬다. 녹두 당면은 물에 불려 부드럽게 한다.

*** 수키 맛있게 먹기 서비스 팁

1. 모든 재료는 최대한 신선한 것으로 준비하세요.

2. 소개한 재료에 구애받지 말고 살짝 익혀 먹을 수 있는 것이면 어떤 재료라도 좋으니 원하는 대로 골라서 준비하세요.

3.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면 재료마다 익는 정도가 다르므로 각 재료가 내는 참맛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4. 재료를 넣을 때는 항상 국물이 펄펄 끓을 때 넣어야 해물은 연하게, 야채는 영양분 파괴를 최대한 막을 수 있어요.

5. 구멍이 난 국자로 건더기만 건져 소스에 찍어 먹으면 소스가 묽어지지 않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6. 홍방.녹두 당면은 서울 북창동 중국요리 재료상 '신창상회(02-752-2212)'에서, 스리라차 칠리소스.피시 소스.녹두 당면은 '얌(www.yum.co.kr)'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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