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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웰빙' 하러 수퍼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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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김재완씨는 결혼 8년차 주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출근길을 챙기고 나면 새침데기 재서(다섯살)와 말괄량이 재린(세살)이랑 하루종일 몸씨름.입씨름을 한다.

남편이 쥐어준 한달 생활비에서 아이들 간식거리 사기도 빠듯하다. 항상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기다 보니 변변한 옷 한벌 없어 외출할 때 가끔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김씨가 요즘 '웰빙'에 눈을 떴다. 웰빙은 얼마전 만해도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딴 세상 일로 생각하던 단어다. 그저 돈 많고 시간 남는 강남의 부유층 주부나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의 유행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김씨가 눈을 뜬 웰빙은 아침마다 유기농 채소의 녹즙을 마시는 호사형 웰빙은 아니다. 보통 주부도 따라 할 수 있는 실속형 웰빙이다. 수퍼마켓에 장 보러 갔다가 판매대에 놓인 인스턴트 식품 중에서 다양한 웰빙 푸드를 발견한 것. '가공식품은 질보다 양만 추구하는 대량 생산품'이란 막연한 선입견을 접고 그날부터 '이왕이면 웰빙 푸드'란 생각으로 가공식품을 구입한다. 지난 12일 오전 김씨와 함께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들러 가공식품 속의 웰빙 먹거리를 찾아봤다.

◆ 가공식품도 유기농 재료=음식의 맛을 내는 데 필수품인 간장. 간장도 유기농 콩으로 만든 제품이 등장했다. 간장 코너에는 국제유기농산물인증협회(OCIA)의 인증을 받았다는 '유기농 자연콩 간장', 100% 국산콩으로 만든 '국산콩 간장', 재래식 간장처럼 참숯을 이용해 6개월간 자연 숙성시킨 '참숯으로 두번 거른 양조 간장'등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유기농 재료가 돋보이는 곳은 이유식 코너. 유기농 재료를 쓰지 않은 제품이 없을 정도다. 김씨는 저녁 메뉴로 해물 누룽지탕을 만들 계획으로 '유기농 고향 누룽지'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 동물성 대신 식물성 재료=아이들이 반찬으로 가장 좋아하는 햄. 그러나 인스턴트 육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매번 머뭇거리던 것인데 반갑게도 콩으로 만든 햄이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 맛과 모양은 기존 햄과 큰 차이가 없지만 100% 국산콩으로 만든 제품이 여럿 보였다.

식용유 코너에는 옥수수나 콩으로 만든 제품 속에 올리브 기름도 인기를 끈다. 올리브 기름은 기존 식용유보다 성인병 걱정이 덜하고 맛도 담백한 것이 특징. 참치 통조림의 기름을 올리브유로 대체한 '올리브 참치'까지 선보였다.

아무리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했더라도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 조미료를 쓴다면 모두 헛수고. 화학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국산 버섯 가루로 만든 '버섯 감치미', 유기농 양파.마늘 등으로 만든 '다시다 순'이 국.찌개 등의 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 기능성 업그레이드=유제품 코너에 이르자 김씨의 눈이 더욱 반짝거린다. 변비로 고생하는 남편과 아토피 증세로 짜증이 늘어가는 첫째 아이 재서를 생각해 장 기능 개선 효과를 한층 강화했다는 신제품 요구르트를 얼른 장바구니에 담는다.

우유도 단순한 제품에서 벗어나 어린이들 머리에 좋다는 DHL이나 성장기에 필수적인 칼슘을 강화한 우유들이 판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요즘은 항노화 효과 등으로 성인들에게 주목받는 영양소인 셀레늄을 첨가한 우유도 선보였다.

땀을 흘린 뒤 갈증 해소로 마시는 음료도 단순하지 않다. 김씨가 체지방 제거에 효과가 높다는 기능성 피트니스 드링크 '팻다운' '아미노업' '슬림업'등을 만지작거리다 슬그머니 손을 뗀다. 높은 가격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 그린.블랙.레드 제품들=그린.블랙.레드는 웰빙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색상이다. 그린은 주로 녹차 음식을 의미하고, 블랙은 검은콩과 깨 등을 함유한 식품이다. 레드는 붉은색 와인의 열풍을 의미한다. 이런 삼색으로 변한 가공식품들이 매장 곳곳에 진열돼 있다. 산녹차 아이스크림.석류 음료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얀 밀가루도 색을 입었다. 당근가루를 첨가해 주황색을 띠는 '당근 밀가루', 시금치를 넣은 녹색의 '시금치 밀가루', 호박을 넣은 노란색 '호박 밀가루'는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인스턴트 식품 속에서의 웰빙 먹거리도 값이 비싼 게 흠. 다른 일반 제품에 비해 두배가량 비싸다. 김씨 역시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 등을 고려하면 웰빙 제품이 낫지만 가격 때문에 선뜻 쥐기 어려운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바쁜 생활 속에서 웰빙 먹거리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큰 매력 때문에 인스턴트 웰빙 먹거리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는 게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학영 과장의 설명이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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